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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숲(和談林) 끝자락에서

toni 2024. 11. 12. 22:21

ㅡ 화담숲(和談林) 끝자락에서.

숲에서 가을이 오는 첫 신호는 무엇일까? 화담숲 자락에 가보니 비로소 알겠다. 형형색색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는, 이제 늦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마른땅이 굳기 시작하고 땅이 갈라지면서 작은 새 생명들은 잎을 떨구고, 저마다 잠자리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우둑허니 서 있는 단풍나무들은 윤기 있는 잎을 떨구며, 비행을 한다. 그리고 점차 자신을 뽐내기 시작한다. 화담숲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단풍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순으로 이어지며 나뭇가지의 색이 달라지고, 잎도 옷을 벗는다. 허름하고, 외로운 숲에 은거하던 이들이 순차적으로 늦가을을 맞이하여 깨어나는 광경은 참으로 장관이다.

 

특히, 어제처럼 사람이 분비는 날이면 숲의 분위기는 완연히 달라지고, 활력이 돋는다. 비 오는 날의 화담 숲을 차마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겨울을 맞으며 풍경을 재편하는 이때에 비마저 흩뿌리면, 사랑하는 이와 걷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단풍나무가 아름다운 것은 이 진한 사랑의 맛을 더욱 깊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주위의 모든 것이 빨갛게 물든 나뭇잎인데, 초록의 소나무가 장엄한 자태를 보이는 순간, 풍경은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바뀌는 자연의 위대함.

또르르 흐르는 개울물과 작은 바위틈에 겨우 몸을 버티고 있는 미선나무는 가장 그리운 풍경이었다. 가을이 주는 마지막 기운을 음미하며, 작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화담숲에서 맞이한 늦가을은 단순한 계절의 흐름이 아니라, 자연과 내가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 이었다.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질 때마다, 나 또한 나의 무게를 조금씩 내려놓으며, 차분한 시간을 보냈다. 휴대폰을 들고 아름다운 곳을 찍어보았다. 새빨갛게 물든 단풍을 보며, 말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