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숲의 오솔길을 따라서
toni 2024. 11. 12. 23:54ㅡ 숲의 오솔길을 따라서.
숲 속에서 숨겨진 듯 자리한 이 오솔길은 내게 소중하고 정든길이다. 나는 이 작은 길을 사랑한다. 굽이굽이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나아가다 보면, 바람에 나뭇잎이 살며시 흔들리고, 새들의 지저귐이 이따금씩 들려온다. 여름에는 무성한 초목에 덮여 있어 오솔길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더니, 잎이 떨구어지면서 서서히 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길을 걸으며, 사계절을 지나온 나무와 풀이 전해주는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가을이 깊어지며 나무들은 이제 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어느새 오솔길 위에 붉은 단풍이 떨어져 있다. 지난 계절에는 무성한 잎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암벽들이 이제는 이정표처럼 선명히 드러난다. 떨어진 잎들은 촉촉하게 젖어 있고, 빛깔은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아마 오래전 이곳에 자리했던 누군가가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다. 젖은 낙엽을 밟으며 들려오는 바스락거림,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이 숲 속의 적막을 깨우며, 저기서 큰 품의 능선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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