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고등학교 산책 / Rx100

2017.05.2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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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초등학교 후문을 따라 50m를 가다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바로 경안 고등학교다. 이 길은 독특한 향수를 지녔다. 담벼락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우두커니 쳐다보는 송정처럼 가지런히 하늘을 향해 뻗혀있는 아름다운 벗꽃나무들. 바람을 따라 우수수 떨어지는 벗꽃은 마치 예식장을 연상케하며 바람을 따라 신나게 흩뿌린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우두커니 서서는 손바닥 만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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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꽃의 질감을 표현하기는 어렵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조이거나 화이트밸런스를 올려도 그리 예쁘게 나오지는 않는다. 집에 나설 때만 해도 맑았던 하늘이 점차 어두컴컴해지고 산 등선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나무를 신나게 흔들어대면서 벗꽃 잎이 비처럼 쏟아져내렸다.




학생으로 번잡할 점심시간 운동장은 주말을 알리듯 휑해보이였다. 멀리서 신나게 농구를 하며 "야, 패스해"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고 학교 앞 정문에서는 디젤차량으로 보이는 차 몇 대가 시끄럽게 주차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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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나와 그림자는 운동장 모두를 점령했다. 학교 경비원이 나를 본다면 금방이라도 쫒아와 "나가세요. 이 곳은 학생들만 올 수 있는 공간입니다."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공허하고 텅빈 공간에서 나오는 두려움이었다. 낡은 골대와 페인트를 칠한지 얼마 안된 철봉들을 보며 옛 학교 추억을 떠올렸다. 철봉운동은 체육과목에 속하지만 학생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철봉 근처의 공간은 잡초들로 무성했다. 이 곳이 만약 군대였더라면 행정보급관이 잡초를 신나게 베어 내어 민둥산처럼 흙먼지로 가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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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 참사 2주년을 얼마 앞둔 학생들이애도를 표현한 듯 등교 도보길에는 노란 리본으로 가득했다. 작은 글귀들로 무언가를 하나하나 적으며 정성스럽게 묶어 만든 마음과 마음들. 이 곳을 매일 지나는 학생들은 4.16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하며 보다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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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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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 Magazine Editor. #therapist, #writer, #photographer ㅡ to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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