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LIDART

2018.10.13 12:52

토요일에 교육이 있어 혜화역에 갔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려고 했으나 피곤에 쌓여서 일찍 일어나진 못하고 8시 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안산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30분을 내달렸을까. 혜화역에 도착하니 토요일 오전부터 사람들이 북적댔다. 그 길을 뚫고 15분을 달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본 건물을 지났다. 교육에 참석해서 얼굴 도장을 찍고 1시간을 앉아 있다 나와버렸다. 교육의 주제는 괜찮았으나 교육의 진행과정이 나와 너무 맞지 않았던 이유에서다. 


어찌되었든 나는 대학로의 그 길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골목 한 블럭 한 블럭에서 아래 사진과 같이 오스트리아의 한 상점처럼 멋지게 꾸며 놓은 건물이 눈에 띄었다. 창문 위에 커다란 영문 테이프로 시선의 방향을 위로 향하게 했으며 투명 창문 너머로 나지막하게 내려 놓은 우드색의 블라인더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무드가 되었다. 그 옆에 세련된 10대 소녀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는 문구들. 그렇지만 그 아름다운 색감이 눈을 충분히 즐겁게 했다. 내가 만약 스튜디오를 마련한다면 이렇게 창조하리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문을 열고 들어가보았다. 아기자기한 수첩과 넓다란 귀여운 스티커와 블럭 그리고 옷가지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방갑게 인사를 했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목소리만으로 그 귀여움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이라도 사야 그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을까. 마지못해 지갑을 꺼내 스티커라도 살까하다 그냥 나와버렸다. ㅡ 지금 생각해보니 살껄 그랬다. 


다시 거리를 돌아 의과대학 캠퍼스로 들어갔다. 그 곳에 마련된 생활관과 교육장을 지나니 2년을 함께한 내 첫 팀장이자 가장 진솔하고 고귀한 분이 떠올랐다.  그 분은 이 곳을 졸업했다. ㅡ 고귀하다는 것은 외양적인 용모이다. 얼굴에서 빛이 날 정도로 아우라가 대단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이다. ㅡ 어떠한 수치자료를 주거나 사업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면 그것을 단 번에 이해할 정도로 똑똑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그리고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철저히 준비하는 자세, 누구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지만 적절할 때에 그 특유의 입답으로 자기 편을 만들어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거침없이 말하지만 누구보다 솔직했던 그. 뒤  끝이 없어 다음날이면 마치 비가 내려 물에 씻겨 내려간 듯 평온했던 감정과 적절히 유지했던 거리적 관계. 나는 그 때 무엇하나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은 사실이다. 15년 전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그가 대학생이던 시절, 위풍당당하게 이 곳을 신나게 뛰여놀았으리라. 대한민국 최고의 정점에 있는 곳이니까. 나는 그 무드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시선과 조금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한 참을 앉아 있다. 일어났다. 걷다를 반복하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앓았던 감기가 더욱 심해지며 몸이 무거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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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18. 10. 13. Saturday. 혜화역 LID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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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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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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