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찍은 것들

2018.10.02 00:58

이번 명절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힐링'일 것이다. 그 수 많은 관광객들을 밀어내고 나는 여수, 순천, 구례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아침 식사도 거른 체 9시가 되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커피숍을 찾았다. 첫 손님을 맞이하게 청소를 하는 점원에게 인사하며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받았다. 그러고는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순천과 하동을 이어짓는 섬진강 드라이브를 향해 달렸다. 그 시작점으로 불려지는 서면성당에 도착했을 때 사진이라도 꺼내 내 마음을 찍고 싶었다. 두근서림, 설레임, 기쁨과 같은 단어들이 내 혈액 속에 녹아있었다. 순천의 조용한 마을을 구비 지나는 작은 도로, 그 옆에는 섬진강의 물줄기가 자연의 손짓에 따라 흘러가고 있었고 오른 쪽은 두꺼운 옷을 입은 것 마냥 무수히 많은 잎파리로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지쳐보였다. 나무 뿌리들이 축느러져 선선한 그늘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내가 태초에 천국을 떠올렸다면 바로 이곳일 것이다. 차의 본넷을 지나는 공기는 내가 방가웠는지 창문 사이로 나를 스쳐지났다. 나는 오른 손을 창문으로 뻗으며 그 인사에 화답했다. 


30분을 그렇게 달렸을까. 아무도 오지 않을 제법 커보이는 쉼터가 보였다. 누구를 위해 마련되었는지는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 국도를 향해 걷는 이방인, 나와 같은 존재를 위해 만들어놓은 곳이 아니였을까. 한 참을 달려 힘이들었을 자가용을 주차장에 세워두고 바로 아래 계곡으로 갔다. 내가 누워도 충분할 만큼 커다란 바위가 있었고 그 옆으로는 시원한 계곡물이 넘치지 않을 만큼 적당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 흐름의 방향은 경사의 정도만 보아도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아까 내가 지나온 지점을 향해 무수히 많은 물들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쉼' 없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물소리를 가만히 앉아 들었다.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하게 들렸다. 더욱 예민해진 귀와 피부의 감각이 자연이 만들어내는 그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한 몸에 받아 냈다. 나는 샤워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맑은 공기와 계곡물이 만들어내는 충분한 수분과 습도로써 나의 몸과 마음을 정화했다.


40여분을 쉬고 지루해진 나는 다시 차를 타고 다시 길에 나섰다. 얼마 되지 않아 조그마한 순천의 작은 마을들이 보였고, 또 한참을 가다보니 다른 지역과 경계짓는 구례, 하동이 보였다. 나는 그러고는 무작정 달렸다. 길이 있어서 달렸고, 방향이 있어서 달렸으며, 누군가의 기다림이 있어 달렸다. 나는 계속 달려야 한다. 앞으로는 무엇 때문에 가야할지 모르겠지만 가다보면 그 목적이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목적까지도 충분히 꿰뚫어볼 수 있는 감각이 있으며 그 기회조차 놓치지 않을 정도의 부지런함과 노련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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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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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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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02 21:34 신고

    명절 나름 추웠는데..., ㅎㅎ
    왠 쪼리를 신고 계세요.
    모르는 분이 보면은 새신랑이 아이를 안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잘 어울리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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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03 11:56 신고

      고향이 남쪽 바다 끝. 여수다보니 이번 추석철에도 많이 따뜻했네요. : ) 다음달 벌써 돌이 되는 조카가 너무 좋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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