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ㅡ 동주야

2018.09.28 19:56

너는 스물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먼저 났지만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 늙어 가는 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는다는 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 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몸 짓뭉개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그 앞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습작기 작품이 된단들

그게 어떻단 말이냐

넌 영원한 젊음으로 우리의 핏줄속에 살아 있으면 되는 거니까

예수보다 더 젊은 영원으로 


동주야

난 결코 널 형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니


-

‘동주야’ - 창비 시선 75

1987, 70세가 된 고 문익환 목사가 지은 시




@글을 보니 떠오른 사진. 빠이에서 찍은 추억이 담긴 사진. / 콘탁스 T3, 포트라 800, 태국 빠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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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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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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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9.30 07:27 신고

    윤동주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독립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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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02 00:25 신고

      마침 어제 김구의 일생이라는 주제로 유튜브 다큐를 보았어요. 눈물이 찡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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