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Pest / Albert Camus

2018.09.13 14:57

큰 재난을 극복하는 힘

- 페스트, 알베트 카뮈


이 소설은 페스트를 20세기인 1940년대에 북아프리카의 항만 도시 오랑에서 일어난 전염병에 관한 기이한 사건으로 묘사하고 있는 책이다. 페스트에 휩쓸린 도시는 점점 퍼져가는 전염병 때문에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되고 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시민 전체가 위협을 받는 극도의 상황에 노출된다. 하지만 1940년대에 오랑에 페스트가 발생했다는 기록은 없다. 카뮈는 주인공인 의사 리외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에서 좌절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묵묵히 허망과 맞서서 대결하는 인간상을 그렸다. 여기에는 자유가 제한된 처절한 상황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 사회적 연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을 하게 한다.


프랑스 오랑이라는 도시는 지극히 평범한 도시로 소개된다. 평일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저녁에는 카페의 대로를 거닐다 주말이면 친목회나 트럼프 놀이를 하며 보내는 지금의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이렇게 고요한 삶의 파국은 4월 16일 의사 베르외가 계단 통로 한 가운데서 죽은 쥐 한 마리를 발견하면서 부터 시작된다. 시내 곳곳에서 는 많은 쥐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는 것이 목격되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죽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러나 공포와 혐오가 감지되면서도 행정당국은 집단적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한 조취를 보이지 않는다.


“리샤르는 병을 방치하기 위해서는, 병 자체가 저절로 멈추지 않는 한 법률에 규정된 중대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하자면 그 병이 페스트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확증이 절대적이지 않은 이상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것 등을 지적함으로써 사태를 요약하려는 생각이었다." - 72페이지


“페스트라고 부르거나 페스트가 아니라고 부르거나 하는 어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시간 문제입니다."  - 72페이지


“그러므로 우리는 마치 그 병이 페스트인 것처럼 대응하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 73페이지


리외는 시민들이 절반 이상 죽어갈 수 있음을 예견하고 페스트를 공식화해 국가 차원에서 방역을 위한 철저한 노력이 필요함을 말한다. 페스트가 아닌 다른 질환으로 판명될 지라도 최선의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 국가적 책무임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시간의 중요성보다 페스트라고 불리는 용어의 개념에 더욱 집중하며 엉거주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고는 끝끝내 페스트인 것처럼 대응하는 것으로 극적인 타결을 맺는다. 국가가 심각성을 알게 된 뒤는 페스트가 감당할 수 없이 커져버린 뒤였고 결국 많은 시민들은 목숨을 잃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전염병이라는 재난의 지점에서 국민에게 절실히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바로 신속성과 투명성이다. 


2015년 메르스 대응당시 대한민국은 국가가 뚫렸다는 말이 나왔다. 초동대응 자체도 완벽한 실패였지만 감염자의 이동 경로를 숨기는 등 투명성이 결여한 대응이 불안을 가중시킨 것이다. 대책본부는 메르스가 급격히 퍼지고 나서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명을 밝히고 환자 명단도 숨기기 급급했다. 세계보건 기구는 메르스 환자와 2m이내 밀접접촉을 한 사람, 확진 환자를 돌본 의료진과 가족들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를 했지만 당국은 전수조사를 진행고서도 격리 대상자를 축소하여 발표했다. 이로써 행정부는 대중에게 신뢰를 잃었고 대중은 그 공포 앞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첨단 의료기술도 무력하게 만든 메르스 사태는 오랑의 정부의 초기대응과 같이 무능함에 기인한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입장에서 도움을 주기 위한 신속하고 투명한 대응자세를 보였다면 어떠했을까? 당시 당국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준비를 해두었는지, 나아가 어떠한 문제가 예상될 수 있는지에 관해 사회구성원과 소상히 나누는 소통이 부족했다. 문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더 자주 위험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 소통이야 말로 불확실한 위험요소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을 것이다. 



“달빛이 환한 하늘 아래, 도시는 집들의 하얀 벽과, 곧게 뻗은 거리 한 그루 나무의 검게 퍼진 그림자에 얼룩을 지게 하는 것도 없고, 한 사람의 산책자가 내는 발걸음 소리나 한 마리 개가 짖어대는 소리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거리가 늘어서 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대도시는, 그때 이미 생기를 잃은 거대한 입방체의 집합에 지나지 않았고, 그 사이에……영원히 청동 속에 갇힌 옛날 위인들의 말없는 초상만이, 돌이나 쇠로 만든 모조 얼굴로써, 그 옛날 인간이었던 사람의 쇠락한 모습을 환기시키려고 홀로 시도하고 있었다. 이 진부한 우상들은, 낮게 드리운 하늘 아래, 생기가 사라진 네거리에서 자신을 과시하고 있었지만, 무감각하고 우둔한 사람 같은 그 모습들은, 이제 우리가 뛰어든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의 시대, 또는 적어도 그 끝판의 양상, 페스트와 돌덩이와 어두운 밤이 마침내 모든 소리를 침묵하게 하는 어떤 지하 묘지 같은 양상을 상당히 잘 상징하고 있었다.” 


페스트는 일 년 중 가장 덥고, 가장 바람이 거센 7, 8월에 전성기를 보였다. 시내는 바람과 먼지, 건조한 공기가 오랑 시 전체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 인구가 밀집한 시 외각 지역에서 맹위를 떨친 페스트는 중심 지역에도 덮치면서 셀 수 없이 죽음의 희생자가 나왔고 교회 묘지는 이미 비좁아 장례 의식을 갖춘 매장이 불가능해졌다. 이런 나날이 지속되는 동안 오랑 시는 이제까지 타당했던 모든 국가적 통제와 규범 질서가 붕괴되어 버린다. 도시 전체를 뒤 덮은 절망감과 소외감의 분위기가 마치 종말론처럼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난국에서 상황 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주체는 오랑 시 정부나 관료 집단이 아니라 리유를 비롯한 평범한 개인이었다. 오랑 시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살아가던 시민들이 페스트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 힘을 모아 협력해나갔고 그 과정에서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자세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문제 해결을 정부에게만 기대어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가는 정신이다. 주인공 리유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범적인 경우였다.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련 없는 성실성의 문제라며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임을 생각하고 실천했다. 페스트로 의심되는 환자를 진찰하고 돌기 위해 전염병이 노출되기 위한 변두리 지역을 찾아가기도 하고 혈청을 시험하여 페스트를 위한 접종을 실시하는 등 의사로서 헌신을 다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오랑시의 탈출하려고 애썼던 기자 랑베르는 문제를 회피하고 떠나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여기고, 페스트 해결을 위해 나선다. 전염병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이고 힘을 모아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참여한 보건대도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 속에 페스트를 해결하고자 함께 행동했다. 페스트가 확산되기 전 권태에 빠지며 페스트를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여 자신의 안위에 더 집착되어 있는 시민의 모습과는 상반된 태도이다. 보건대 가운데서도 타루는 적극적으로 공동체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행동가로서 대단한 모습을 보인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실천의지를 가진 타루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로 보건대를 조직하여 페스트에 대항하여 참여를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이러한 행동 역시 페스트 해결이라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현재 우리사회에서 페스트와 같은 큰 재난이 발생할 때 리우, 랑베르, 보건대와 같이 개인과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적 연대의식으로 함께 힘을 모아 문제를 적극 해결해나갈 수 있다면 어떠할까? 2015년 대한민국의 메르스 유행 때를 보면 감염된 환자들은 격리를 거부한 채 돌아다니고, 의사가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며, 메르스 전쟁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가족을 주변에서 따돌리는 모습이 만연했다. 통제감을 잃은 정부는 국민들에게 더욱 신뢰를 잃었고 점차 혼란이 가중되어 국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어야 했다.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의 올바른 태도와 성숙한 행동, 더 나아가 오랑의 시민들처럼 자발적 연대의 가치, 공동체의 조화가 같이 재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커다란 힘을 보여준다면 메르스와 같은 광풍에서 보다 쉽게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페스트는 또 급습해올지 모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이러한 불행이 다시 찾아온다 해도 오랑시민들이 힘을 합쳐 페스트를 극복했던 공동의 경험과 능동적인 시민의식, 리우처럼 자신이 맡은 역할에서 사명과 헌신을 다하는 이들이 있다면 국가적 위기를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당신들의 국가를 영속시키려면 공공의 안정을 위해 결속하라는 나폴레옹의 말처럼 개인들이 공동체 문제에 적극 관심을 발언하고 참여하여 시민들이 재난을 해결하기 위한 성숙한 자세, 국가는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면 제 2의 메르스 유행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 페스트를 통해 보여지 듯 정부 권력이나 한 인물의 영웅적 행동에 기대여서 큰 재난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시민들 간, 시민과 국가 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문제해결의 기회를 갖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ㅡ 2018.08.01~09.10, 집에서 읽고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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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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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 Magazine Editor. #therapist, #writer, #photographer ㅡ to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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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9.14 14:07 신고

    카뮈가 33살이 되던 해 7년 간의 오랜 집필 과정 끝에 완성된 책. 읽히기 어렵고 이해하기 난해한 그런 애증의 책. 책장에 꽂혀 있을 때 굉장한 아우라가 품어져 나오지만 막상 책을 폈을 땐 캄캄한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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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9.27 15:49 신고

      ㅎㅎ 저도 틈틈히 보고 있어요. 책 읽기는 잘 되는데 쓰기가 쉽지 않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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