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경애의 마음 / 김금희

2018.07.30 14:06

애도 과정의 중요성

- 경애의 마음


이 소설은 고등학교 시절 호프집 화재사건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경애와 같은 사고 현장에서 단 한 명의 소중한 친구를 잃은 상수가 서로의 연결고리를 모른 채 회사 반도미싱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두 사람의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로 은총이라는 친구를 잃었고 그 참사는 상수와 경애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극중 호프집 사장은 불이 났는데도 학생들이 돈을 내지 않고 나갈까봐 문을 걸어 잠갔고, 56명의 희생자를 낳았는데 이는 실제 참사를 극화한 것이다. 


책의 내용은 친구의 죽음, 어릴 적 겪은 사고, 부모의 이른 죽음, 회사에서 당하는 냉대, 연인과의 이별 등 마음 한구석이 부스러진 채 살아온 주인공들이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점점 특별하고 애틋한 관계로 이어지며 따뜻한 감정을 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주인공들이 친구를 잃으며 나타난 분노나 슬픔,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들과 애도의 과정이었다. 



경애는 지금까지도 꿈을 꾸곤 했다. 공중전화를 향해 뛰다가 참을 수 없이 무거워지고 나중에는 결국 넘어지고 마는 꿈. 그래도 더 가보려고 하면 공중전화는 멀어져서 보이지도 않게 되는. 나중에 휴대전화를 갖게 되었을 때 경애는 이제 무슨 일이 생기면 공중전화를 찾아 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69p



경애는 문뜩 친구들이 모여 있는 호프집의 입구에서 연기가 자욱할 때 공중전화를 찾아 뛰어갔던 경험을 떠올린다. 당시 옆 가게에 들려 전화를 빌렸더라면 혹은 신고를 부탁했더라면 친구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이 때 경애가 느낀 감정은 죄책감과 무기력감이었을 것이다. 청소년기와 청년기의 중간 쯤 되는 나이였던 경애에게 친구는 부모만큼 소중하고 더 각별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친구의 죽음은 더욱 받아 들이 어려운 큰 충격이다. 비극적인 사건에서 생존자로 살아남아 그 고통의 강도도 더욱 컸다. 대개 어떠한 재난에서 생존자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감정은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그 사건에서 자신이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사건의 강도나 규모에 따라 감정의 깊이도 다르게 나는데 경애의 경우 자신의 바로 앞 건물에서 56명이나 되는 친구들을 모두 잃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기에 죄책감이 더욱 컸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이 적절히 해소되지 못하면 당시 무기력했던 자신의 모습과 감정에 매몰되면서 심리적 후유증이 남게 된다. 당시 경애가 누군가와 마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어땠을까. 친구들을 위해 충분히 최선을 다했고 당시 어떤 누구도 경애와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조언이나 정서적 지지를 해주었더라면 경애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소설에서 보여진 경애의 애도과정은 결국 감정의 억압이었다. 당시 친구들의 희생을 사회적 일탈로 인한 비극으로 표현하며 친구를 모독하던 사람들에게 경애는 더욱 분노를 경험하지만 이내 속으로만 삼킨다. 마음은 굳게 닫히고 외부와 단절한 그는 집에서만 지내며 우울증을 경험한다. 당시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감정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꿈으로 보여지는 무의식에서 미안함과 죄책과 같은 다양한 내적 감정들이 표출되어 뭉클한 마음이 요동치게 된다. 



은총이 죽고 나서도 한 동안 무선 호출기 번호는 살아 있어서 상수는 은총이 없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을 때면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곤 했다. 112p

 상수가 납골당에 쪼그리고 앉아 그 반복되는 기타 리프로 이루어진 노래를 듣는 동안 해가졌다. 폐장 무렵에야 상수는 나머지 씨디 한장을 벽에 붙여놓고 나왔다. 116p



반면 상수는 복잡한 자신의 감정과 슬픔을 내면화하기보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애도를 표현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사랑하는 대상을 대면하는 두 가지 심리적 상태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애도이고 또 하나는 우울감이다. 애도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죽음을 슬퍼함으로써 그를 떠나보내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상실 앞에서 망설이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간 것을 인정하지 않기에 그에 대한 슬픔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며 결국 자기 안에 내면화시킴으로써 우울증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상수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은총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을 것이다. 같이 영화를 찍으며 함께해온 추억과 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의 감정들… 그는 무선호출기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든 또는 은총이 있는 납골당에 가면서 마음에 담아둔 말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이러한 애도의 시작은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의식이었다. 이것은 망각이 아니라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고 그 기반위에서 새로운 삶을 형성하고자 하는 의지였던 것이다.  


경애와 상수는 불의의 사고로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냈다. 그 비극 앞에서 모두는 처절한 슬픔과 아픔을 느꼈고 애도라는 중요한 과정을 경험했다. 복잡한 마음을 내면에 쌓아둔 체 지내온 경애와 마음을 정리하며 어떻게든 평상심을 되찾고 삶을 지속해나가기를 노력했던 상수의 삶의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이십여 년이 흐른 뒤에도 아직 친구를 향한 마음의 끈을 놓지 못해 당시 그 감정에 머물러있거나 무의식으로 표출되어 감정이 요동치는 경애의 불안한 심리가 그 답을 말해준다. 물론 서로 경험한 상처의 깊이는 다를 수 있다. 경애는 많은 친구를 잃은 동시에 생존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그만 놓아주고 싶은 마음과 계속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부딪히는 상황에서 좀처럼 마음이 움직이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고인을 떠나보내기 위한 적절한 애도의 과정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슬픔을 딛고 치유의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시작점이다.


책 읽고 작성한 기간 : 2018.07.20~29 (9일 간)

책 구입 처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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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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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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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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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31 09:10 신고

    이 글은 잘 썼다며 칭찬 받았다. 선택과 집중을 잘 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상수가 아버지에게 받았던 학대와 트라우마적 경험, 어머니와의 상실과 관련된 내용 등을 다 적고 싶었으나 내용의 연관성이 떨어져 다 버러버렸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애도의 내용이 너무 부족했다는 것인데...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 혹은 내용을 세심히 들춰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듯 하다. 다음은 대형 재난으로 인한 피해자분들의 마음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마 책 '페스트'가 되지 않을까. 오늘 날씨가 많이 덥다. 집에 가며 시원한 빙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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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02 13:50 신고

      근데 어떤 분들은 이 책을 사전에 무료로 받아보았단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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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29 16:18 신고

    서점에서 매번 지나쳤던 책인데 이런 내용이였군요! 주제가 생각을 많게 하게 할 것 같네요 소중한 사람을 떠내보내고 나서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 토니님 역시 글을 잘 쓰시네요 ㅠㅠ 책 리뷰를 읽었을뿐인데 책 한권을 읽은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지고 토니님의 글에 빠져들어가면서 읽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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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29 19:16 신고

      엇 감사합니다. 페스트 읽고 있는데 이 책은 너무 어렵네요. ㅠ_ㅠ 언제 다 읽고 써야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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