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천 명의 눈 속에는 천개의 세상이 있다 / 가오밍

2018.05.14 16:51

천 명의 눈 속에는 천개의 세상이 있다.

-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사실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부터일까? 나는 정상의 범주 안에 있는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들었던 감정이다. 천명의 눈 속에 천개의 세상이 있다는 멀쩡한 사람, 그날 그날의 색깔로 하루를 예측하는 사람, 세상은 자신이 쓰는 소설이며 자신이 주인공이라 여기는 사람 등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내용을 엮어낸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보여진 특이한 정신세계를 지닌 환자들은 그들의 나름대로 확고한 세계관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은 때론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때요, 몰랐지요? 내가 알려주죠. 사실 개미는 어떤 생명의 세포에요. 나는 그것을 느슨한 생명이라 이름 붙였어요. 여왕 개미는 대뇌고, 병정개미는 신체의 방어조직이에요. 일개미는 모두 세포죠. 그러니까 입이기도 하고, 손이기도 해요. 음식을 찾거나 전달하고 대뇌유지를 위해 사용되죠. 대뇌인 여왕개미는 생식 시스템을 길이 돌봐요. 일개미가 한데 모여 운반하는 것은 혈액이 영양분을 수송하는 것과 같아요. 일개미는 여러 기능을 해요. 신성 세포, 즉 새끼 개미를 돌보기도 하죠. 개미들 키우려면 많이 키워야 해요. 우리는 그저 기어다니는 개미만 보지, 전체는 보지 못하고 있어요! 한마리 개미는 그저 세포에요. 개미 전체가 비로소 하나의 생명이에요. <76p>



좋은 교사였던 그녀는 돌이나 화초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매일 물끄러미 쳐다본다. 가족들은 매일 이상하게 여기며 답답해했고, 그녀 역시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했다. 그러던 그녀가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은 작가가 그녀의 행동과 태도를 따라하면서부터다. 자신의 세계관을 이해해줄 사람이라 생각했던지 먼저 질문을 하고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이 대화의 열쇠는 공감이었다. 작가는 심리전문가가 아니라며,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고 그의 시각과 세계관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저자는 환자와의 수평적 관계를 볼 수 있다. 수평적 관계란 상담자가 내담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관계 체험을 돕고, 자신에 대해 학습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나-너 관계에서 출발한 대화의 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함께 대화상의 친밀감과 성실성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 면에서 저자가 환자를 인격적 자세와 태도로 존중하고자 했던 마음을 우리가 조금은 본받아야 될 부분은 아닐까.


다만, 아쉬운 부분은 환자의 상담자의 동의 없이 혹은 충분한 설명없이 녹음이 진행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상담에서 녹음은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 헌법에서는 자기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되지 않을 권리인 음성권을 존중하고 있으며 이것이 침해될 경우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의 법규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이 같은 충분한 설명 없는 녹음 행위나 무단 녹음 행위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 안녕하세요. 그런데 왜 녹음을 합니까

나 - 습관입니다. 녹음한 것을 들으며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어서요. 그래야 당신을 도울 수 있습니다. <271p>


환자를 많이 만나다보니 그들을 만날 때하는 인사에 일종의 형식이 생겼다. 습관적으로 미소를 짓는다. 앉는다. 노트를 펼친다. 녹음펜을 꺼낸다. 녹음버튼을 누른다. 펜을 꺼낸다. 펜 뚜껑을 연다. 상대를 관찰한다. 기다렸다가 시작한다. <552p>



또한, 저자는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사유와 고찰을 책에 담아내지 못했다. 다양한 시선을 가진 환자들의 논리를 단순히 나열해 놓은 기록문과 같아 보인다. 인터뷰를 통해 어떠한 부분을 느꼈고 깨달았는지, 혹은 병원에서 지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 인권의 문제까지도 말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작가의 생각을 보다 풍부하게 표현하고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냈더라면 독자들이 보다 많은 사유를 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시선을 우리의 시선과 연결시킨다. 작가의 세계관을 탐험하며 대화하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보다 창조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와 다른 생각과 시선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환자의 말과 행동의 근저에 있는 논리는 세상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지만, 논리적으로 어긋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는 사회에서 배척되는 과정을 보면서 사회는 우리에게 어떤 기준을 내세우는지, 이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다양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책 읽은 기간 : 2018. 05. 07 ~ 05. 11 (4일간)

구입처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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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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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 Magazine Editor. #therapist, #writer, #photographer ㅡ to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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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16 15:57 신고

    오 이 책 읽어볼까 고민했었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는 것 같지만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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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16 16:17 신고

      정신적으로 어려우신 분(환자)들이 지닌 독특한 사유와 시선들을 이해하고 싶으신다면 추천드립니다. 다만, 제가 적었던 바와 같이 단순한 '기록집' 같이 느껴질 수 있어요. : ) 우선 올리버 색스의 책 '모자로 착각한 남자' 추천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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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24 17:55 신고

    다른 시선으로 보기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라서 생각해 볼거리가 있을 책 같네요. 아쉬운 점으로 지적하신 건 저도 맘에 걸릴 거 같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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