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마음과 행동의 생물학적 기초

제2장: 마음과 행동의 생물학적 기초

1. 마음: 고대인의 영혼관과 현대 생물학의 기본 가정

과거에는 마음과 몸이 분리되어 있다는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이 일반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19세기에 현대 의학과 생물학이 발전하면서, 마음(의식)을 영혼과 분리하고 신체 변화의 결과물이나 부수 현상으로 보려는 심신일원론(心身一元論)적 관점이 점차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19세기 말 심리학에 도입되어 20세기 초 행동주의(behaviorism)에 의해 강화되었고, 정신 현상을 신경 활동으로 설명하려는 생리심리학(physiological psychology)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탄생시켰습니다.

2. 마음은 과연 뇌 속에 있는가: 뇌 손상과 마음의 변화

뇌 손상 사례들은 특정 뇌 영역의 손상이 성격, 인지 능력, 감정 조절 등 마음의 다양한 측면에 뚜렷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마음의 작용이 뇌의 물리적인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3. 신경 정보 처리의 기본 원리: 뉴런과 시냅스

1. 뉴런 (Neuron)

뉴런은 신경계의 기본 단위로, 정보를 신체의 한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전달하는 기능을 합니다.

  • 구조: 정보는 일반적으로 다음 순서로 전달됩니다:
    1. 수상돌기(dendrite): 다른 뉴런으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입니다.
    2. 세포체(soma): 핵을 포함하며, 뉴런의 생명 활동을 유지하고 신호를 통합합니다.
    3. 축색돌기(axon): 통합된 신호를 다른 뉴런이나 근육, 분비샘으로 전달하는 긴 돌기입니다.
    4. 축색종말(axon terminal)종말단추(terminal button): 축색 끝 부분으로, 다음 세포로 신호를 전달합니다.
  • 신경 전위 (Neural Potential): 뉴런 내외부의 전기적 차이로, 정보 전달의 기초가 됩니다.
    구분 뉴런 내부 전위 주요 기제 및 이온 변화
    휴지 전위 (Resting Potential) 약 -70mV
    • 뉴런 내부에 음전하를 띤 유기 음이온(A-) 존재 (막 통과 불가).
    • 이오닉 펌프(ionic pump) 작용: 나트륨(Na+)을 밖으로, 칼륨(K+)을 안으로 이동시켜 농도 기울기 유지 (내부 K+ > 외부 K+, 외부 Na+ > 내부 Na+).
    • 막은 K+에 더 투과적이어서 K+ 일부가 밖으로 나가 내부가 음전하를 띰.
    활동 전위 (Action Potential) 약 +45mV로 급상승 후 -80mV까지 하강 (과분극)
    • 일정 역치 이상의 자극 시, Na+ 통로 열려 외부 Na+가 내부로 급격히 유입 (탈분극).
    • Na+ 통로 닫히고 K+ 통로 열려 내부 K+가 외부로 유출 (재분극).
    • 일시적으로 휴지 전위보다 더 낮아짐 (과분극).
    • 이오닉 펌프 작용으로 휴지 전위 회복.

2. 시냅스와 신경전도물질

  • 시냅스(synapse): 한 뉴런의 축색 종말과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 또는 세포체 사이의 신경 정보 전달이 일어나는 접합 부위입니다.
  • 신경전도물질(neurotransmitter): 시냅스 전 뉴런에서 분비되어 시냅스 후 뉴런의 활동 전위 발생을 촉진(흥분성)하거나 억제(억제성)하는 화학 물질입니다. (예: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도파민(dopamine), 세로토닌(serotonin) 등).
  • 시냅스 전도(synaptic transmission):
    1. 활동 전위가 축색 종말에 도달하면,
    2. 시냅스 소포(vesicle)에 저장된 신경전도물질이 시냅스 틈(synaptic cleft)으로 방출됩니다.
    3. 방출된 신경전도물질은 시냅스 후 뉴런의 수용기(receptor)에 결합하여,
    4. 시냅스 후 뉴런의 이온 통로를 열거나 닫음으로써 막 전위를 변화시켜 활동에 영향을 줍니다.

4. 신경 계통

신경계는 크게 중추 신경계와 말초 신경계로 나뉩니다.

신경계
중추 신경계 (Central Nervous System – CNS)

  • 뇌 (Brain)
  • 척수 (Spinal Cord)
말초 신경계 (Peripheral Nervous System – PNS)

  • 체신경계 (Somatic Nervous System)
    • 감각 신경 (Sensory nerves)
    • 운동 신경 (Motor nerves)
    • 뇌신경 (Cranial nerves, 12쌍)
    • 척수 신경 (Spinal nerves, 31쌍)
  • 자율 신경계 (Autonomic Nervous System – ANS)
    • 교감 신경 (Sympathetic nerves)
    • 부교감 신경 (Parasympathetic nerves)

1. 말초 신경계 (Peripheral Nervous System)

말초 신경계는 중추 신경계와 신체 각 부분을 연결합니다.

  • 체신경계: 골격근(수의근)과 감각 기관에 연결되어 감각 정보 전달 및 수의적 운동 조절을 담당합니다.
    • 대부분 감각 섬유와 운동 섬유를 모두 포함합니다.
    • 척수 신경 연결 부위에서는 분리됩니다:
      • 감각 섬유: 척수 뒤쪽(등쪽)으로 들어가 배근(dorsal root) 형성.
      • 운동 섬유: 척수 앞쪽(배쪽)으로 나와 복근(ventral root) 형성.
    • 아세틸콜린: 운동 섬유 말단에서 근육 수축을 유발합니다. 이를 방해하는 물질(예: 큐라레)은 근육 마비를 일으킵니다.
  • 자율 신경계: 내부 장기, 분비샘, 평활근(혈관 벽 등), 심장근에 연결되어 내부 환경 항상성 유지 기능을 조절합니다. 일반적으로 불수의적이며,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길항적(antagonistic)으로 작용합니다.
    • 교감 신경: 에너지를 활성화하고 소모하며, 위기나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투쟁-도피 반응”)하는 데 주로 관여합니다. (예: 동공 확장, 심장 박동 증가, 소화 기능 억제, 아드레날린 분비 촉진).
    • 부교감 신경: 에너지를 보존하고 신체를 평상시 상태로 유지(“휴식-소화 반응”)하는 데 관여합니다. (예: 동공 축소, 심장 박동 감소, 소화 기능 촉진).

2. 중추 신경계 (Central Nervous System)

중추 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구성됩니다.

1) 척수 (Spinal Cord)

  • 구조: 직경 약 2cm, 척추뼈 속을 지나 뇌와 엉덩이 부근까지 연결됩니다. 중앙의 나비 모양 회질(gray matter)(주로 세포체)과 이를 둘러싼 백질(white matter)(수초에 싸인 축색돌기)로 구성됩니다.
  • 기능:
    • 신체와 뇌 사이의 정보 전달 통로 역할을 합니다.
    • 척수 반사(spinal reflex)의 중추 역할을 합니다 (감각 뉴런과 운동 뉴런 연결).
  • 척수 반사 경로: 구심성(감각) 뉴런 → 배근 → (개재 뉴런) → 복근 → 원심성(운동) 뉴런

2) 뇌 (Brain)

뇌는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외형적 구분 (아래에서 위로)
  1. 척수(Spinal Cord)
  2. 뇌간(Brain Stem): 뇌의 여러 구조를 지지하는 기둥. 중뇌와 후뇌(소뇌 제외)를 포함. 신경 섬유가 좌우로 교차하는 부위.
    • 망상체(Reticular Formation): 뇌간에 퍼져 있는 신경망. 감각 정보 수집 및 전뇌 전달, 수면과 각성 조절에 중요.
  3. 소뇌(Cerebellum): 뇌교 뒤쪽 위치. 신체 평형, 근육 긴장 조절, 섬세한 운동 협응 담당.
  4. 대뇌(Cerebrum): 가장 크고 복잡한 부분. 고등 정신 기능 담당.
(2) 발생학적·해부학적 구분
주요 구분 세부 구분 주요 구조 주요 기능 (일부)
후뇌 (Hindbrain) 연수 (Medulla) <숨골> 호흡, 심장 박동 등 생명 유지 기능
뇌교 (Pons) <교뇌> 신경 정보 중계, 수면/각성 조절 일부
소뇌 (Cerebellum) 운동 협응, 평형 유지, 학습된 운동 기억
중뇌 (Midbrain) 시각/청각 반사, 눈 운동 조절
전뇌 (Forebrain) 간뇌 (Diencephalon)
  • 시상 (Thalamus)
  • 시상하부 (Hypothalamus)
  • (뇌하수체 – Pituitary Gland)
  • (송과선 – Pineal Gland)
감각 정보 중계(시상), 항상성/동기/정서 조절(시상하부), 호르몬 분비 조절(뇌하수체)
종뇌 (Telencephalon)
<대뇌>
  • 대뇌 피질 (Cerebral Cortex)
    • 전두엽 (Frontal Lobe) – 운동 피질, Broca 영역
    • 두정엽 (Parietal Lobe) – 체성 감각 피질
    • 후두엽 (Occipital Lobe) – 일차 시각 피질
    • 측두엽 (Temporal Lobe) – 일차 청각 피질, Wernicke 영역
  • 기저 신경절 (Basal Ganglia)
  • 변연계 (Limbic System)
    • 해마 (Hippocampus)
    • 편도체 (Amygdala)
    • 중격 (Septum)
  • (뇌량 – Corpus Callosum)
고등 정신 기능(피질), 운동 조절(기저 신경절), 정서/기억(변연계), 좌우뇌 연결(뇌량)

뇌하수체, 송과선, 뇌량 등은 분류 체계에 따라 다른 위치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5. 간뇌 (Diencephalon): 시상과 시상 하부

  • 시상 (Thalamus): 후각을 제외한 대부분의 감각 정보(시각, 청각, 체성 감각)를 수집, 통합하여 대뇌 피질의 해당 영역으로 전달하는 중계소 역할을 합니다. 망상체 및 대뇌 피질과도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 시상 하부 (Hypothalamus): 시상 아래에 위치하며, 신체 내부 환경의 항상성(homeostasis)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체온, 혈당, 수분 등 조절). 또한, 기본적인 동기 행동(섭식, 음수, 성행동, 공격)과 정서 반응 조절에 관여합니다. 뇌하수체(골밑샘)를 통해 내분비계(호르몬 분비)를 통제하며, 자율 신경계와 함께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합니다.
  • 뇌하수체(골밑샘, Pituitary Gland): 전엽과 후엽으로 나뉘며, 시상 하부의 통제를 받아 다른 내분비선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다양한 호르몬(자극성 호르몬 등)을 분비합니다.

6. 대뇌의 변연계 (Limbic System)

  • 주로 기능적으로 연결된 구조들의 집합으로, 정서, 동기, 학습, 기억 등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주요 구조:
    • 해마 (Hippocampus): 새로운 기억 형성, 특히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 편도체 (Amygdala): 공포, 분노와 같은 정서 처리 및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중격 (Septum): 정서 및 동기 조절과 관련됩니다.
  • 변연계는 시상 하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쾌락 및 보상과 관련된 기능에도 관여합니다 (쾌락 중추).

7. 대뇌의 신피질 (Neocortex)

대뇌 표면의 주름진 부분으로, 고등 인지 기능을 담당하며 4개의 엽으로 구분됩니다.

  • 엽(Lobe) 구분 기준:
    • 중심구 (Central Sulcus): 전두엽과 두정엽을 나누는 깊은 고랑.
    • 측열 (Lateral Fissure): 측두엽을 다른 엽과 나누는 깊은 고랑.
  • 주요 영역 및 기능:
    1. 체성 감각령과 운동령:
      • 중심구를 경계로 앞쪽(전두엽)에 운동 피질 (운동령), 뒤쪽(두정엽)에 체성 감각 피질 (체성 감각령)이 위치합니다.
      • 각 영역은 신체 반대편을 담당합니다 (Contralateral control).
      • 운동 호먼큘러스/체성 감각 호먼큘러스: 신체 부위의 민감도나 운동 정교성에 비례하여 피질 영역의 크기가 다른 것을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 체성 감각 정보는 시상에서 집결된 후 피질로 전달됩니다.
    2. 청각 피질: 측두엽(측열 아래)에 위치하며, 주로 반대편 귀에서 더 많은 정보를 받습니다. 뉴런들은 특정 주파수(음조)에 반응하도록 조율(tuned)되어 있습니다 (Tonotopic organization).
    3. 시각 피질: 후두엽에 위치합니다. 시각 정보는 시신경 → 시상(측면슬상핵, LGN) → 시각 피질 순으로 전달됩니다. 각 눈의 망막 절반은 반대편 뇌로 정보를 보냅니다 (Contralateral visual field).
    4. 연합령 (Association Area): 감각/운동 영역을 제외한 피질의 대부분 영역으로, 고등 정신 기능(학습, 기억, 사고, 판단, 계획 등)을 담당합니다. 다른 피질 영역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복잡한 정보 처리를 수행합니다.
    5. 언어 영역: 대부분 사람에게 좌반구에 위치합니다.
      • 브로카 영역 (Broca’s Area): 전두엽 운동 영역 부근에 위치하며, 언어 표현(말하기)을 담당합니다. 손상 시 브로카 실어증(표현성 실어증: 이해는 가능하나 말하기 어려움) 발생.
      • 베르니케 영역 (Wernicke’s Area): 측두엽 청각 피질 부근에 위치하며, 언어 이해(듣기)를 담당합니다. 손상 시 베르니케 실어증(수용성 실어증: 유창하게 말하지만 의미 없는 말) 발생.
    6. 좌반구와 우반구 기능 분화 (Lateralization):
      • 좌반구: 주로 신체 오른쪽 통제, 언어 능력 (말하기, 쓰기, 읽기, 이해), 논리적 사고, 분석적 처리 담당.
      • 우반구: 주로 신체 왼쪽 통제, 공간 지각 능력, 얼굴 인식, 감정 표현 및 인식, 직관적/통합적 처리 담당.

8. 신경 계통의 진화와 발달

1. 신경 계통의 진화

  • 진화를 거치며 뉴런 자체보다는 뉴런의 조직과 배열이 복잡해졌습니다.
  • 원시 동물(예: 해파리)은 감각-운동 뉴런의 2단계 체계였으나, 이후 개재 뉴런(interneuron)이 추가되었습니다.
  • 무척추 동물에서는 개재 뉴런이 모여 신경절(ganglia)을 형성했고, 척추 동물에서는 이것이 완전한 형태의 로 발달했습니다.

2. 뇌의 발달

  • 뇌 속 뉴런 대부분은 출생 시 이미 존재하며, 출생 후 새로운 뉴런 형성보다는 세포 크기 증가, 축색돌기 주위 수초(myelin sheath) 형성(수초화), 지주 세포(glial cell) 증식을 통해 뇌가 발달합니다.
  • 지주 세포는 뉴런보다 수가 훨씬 많으며(성인기 약 10배), 죽은 뉴런 제거, 뉴런 지지 및 영양 공급, 신경망 형성 및 신진대사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9. 유전과 환경

  • 유전 인자 (Gene): 뇌를 포함한 신체 조직 구성을 결정하는 설계도 역할을 합니다. DNA 분자로 구성되며 세포 핵 속 염색체에 존재합니다 (인간 46개).
  • 유전과 마음의 관계: 뇌가 유전의 영향을 받고 마음이 뇌 기능에 기반하므로, 유전이 마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연구 결과, 유전 인자가 정신병이나 특정 심리적 특질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 심리적 특질이 유전되는 것처럼 보일 때, 이는 유전적으로 결정된 신체적 특징(예: 신경계/내분비계 구조 및 기능, 화학적 변화)이 그 특질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즉, 유전은 소인(predisposition)이나 취약성을 제공하고, 이것이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특정 심리적 특성이나 장애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10. 생리학적 및 생물학적 심리 이해의 현황과 전망

마음과 행동의 생물학적 기초에 대한 이해는 심리학의 핵심 분야로 자리 잡았습니다. 뇌 영상 기술(fMRI, PET 등)의 발달로 살아있는 뇌의 활동을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특정 심리 과정과 관련된 뇌 영역 및 신경 회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전학, 신경 화학, 면역학 등 인접 학문과의 융합 연구를 통해 정신 장애의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법(예: 정밀 약물 치료, 뇌 자극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생물학적 접근은 인간 마음과 행동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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