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철학 - 의자

2018.07.30 09:15

의자

- 마음의 안식처


최근 의자를 바꾸게 되는 일이 생겼다. 새로 구입한 책상의 높이에 맞는 의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루의 모든 일과를 책상에서 보내는 나에게 의자는 매우 중요한 사물이다. 의자 아래 높낮이 조절 버튼을 누르면 높이가 올라가면서 모니터 중심부를 쳐다보기에 적합한 몸의 각도로 맞춰지게 된다. 척추를 의도적으로 구부리거나 몸을 밀착해 책상에 붙일 필요도 없게 된다. 몸의 무게를 버티는 하체는 앉은 자세로 전환할 때 중력의 영향을 덜 받게 되면서 피로감도 덜하게 된다. 움직임의 활동 범위는 어떠할까. 앉을 때에 비해 팔의 가동범위가 넓어지면서 작업을 하기가 비교적 수월해진다. 이처럼 의자는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을 분할하여 최소한의 에너지로 우리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이 매개체는 몸을 받쳐주는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액션 영화에서는 분노를 표현할 때 의자를 집어던지곤 하는데 의자는 격렬한 마음을 표현하는 자신의 대리물로 작용한다. 학교에서 일부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주변에 있는 의자를 내려치는 경우가 많다. 대상에게 표현할 수 있는 자신의 분노를 의자에 투사하는 것이다. 


의자는 우리에게 도구 이상으로 상상될 수 있을까? 의자는 길을 가다 지친 우리를 반겨주기도 한다. 누구든 서 있다 피곤해지면 찾게 되는 것이 의자이며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과 우유를 먹일 때 찾게 되는 것이 의자이다. 의자에게 인격을 부여해보면 우리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자신의 등을 내어준다. 그러나 필요가 충족되고 나면 사람은 그곳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빈의자는 쓸쓸함이나 외로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비에 젖은 의자가 유독 쓸쓸해보이는 이유이다. 하지만 우리는 의자를 잊지 않는다. 우리가 남기고간 체온과 체취, 온도, 무게를 의자는 기억하고 있고 자신에게 안겨 누군가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기억하며 순간 인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털썩 주저 앉았던 사람의 한숨과 한탄의 소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자신을 보듬어 안고 울었던 사람의 뜨거운 눈물을 기억한다..


의자는 그저 필요한 곳에 언제나 마련되어 있거나 필요할 때 찾아 사용되는 사물일 수 있지만 그 것은 우리에게 없어서 안 될 고맙고 특별한 존재이다. 인간의 일상은 의자를 찾아다니며 의자 위에서 쉬며 의자위에서 이동을 하는 우리의 생활 모두와 함께하는 인생의 동반자인 셈이다.


글 쓴 기간 : 2018.07.28. (토)

집의 서재에서 작성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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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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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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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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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02 01:35 신고

    많은 사람이 의자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니 그 사람의 자세나 습관 등도 의자에 고스란히 묻어있죠. 글을 읽고 보니 의자가 의미하는 바가 참 많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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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02 14:33 신고

      의자에 대한 다른 시선을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ㅇ_ㅇ 다음은 어떤 사물에 대해 글을 써볼까요.. ㅎㅎ 늘 고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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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04 01:30 신고

    똑같은 사물을 보아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한다는건 어렵고 쉬운일은 아닌 것같아요
    책에서 아파트를 '욕망 한 줄, 스위트 홈 한 줄, 그렇게 쌓아 올린 도심 속의 거대한 무지개 떡.' 이라고 표현한 걸 보고 정말 놀랬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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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06 17:40 신고

      다르게 보기는 비평의 시작이라고 해요. 우린 늘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지만 각기 다른 시선으로 존재합니다. 그 시선의 차이가 삶의 깊이와 행동의 폭을 넓혀준다고 믿어요. 일례로, 마르크스는 계약을 마치고 사업장으로 끌려가는 노동자를 보고 '연민'을 느꼈다고 해요. 자본주의 그들의 말대로 서로 이익이 되는 '노동 거래'를 마쳤는데 왜 한쪽은 슬피우는것인가... 이 '시선'이 자본론을 만들어내는 초석이 됩니다.

      말이 많았네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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