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륵주륵

2018.07.25 23:56

참 오랜만이다. 가로 세로 나이테가 뚜렷이 그려진 원목 책상에서 공부를 한다는 게. 작은 얼굴 조차 다 가려지지 못할 직사각형 칸 안으로 크지막한 노트를 꺼내 종일 끄적였다. 몇일 미뤄두었던 위대한 게츠비도 마저 다 읽었다. 오크통에서 그윽이 배어나오는 향기인가 책상 이곳저곳에서 고향 뒷산 냄새가 베어나 코 끝에 맴도는 이곳에 있자니. 펜 보다는 연필이 어울리다 싶어 가방 모통이 지퍼에 감추어 둔, 아직 깍지 못해 끝이 둥그런 연필을 꺼내 몇 자 적어보기도 하고 게츠비의 아름다운 구절 하나하나 밑줄을 긋기도 했다. 위대한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를 찬양하면서.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시원한 공기를 마시러 나가보니. 비가 주륵주륵 내렸다. 바다냄새 처럼 짭쪼름하면서도 비에 짙은 풀냄새를 두 세번 머끔고 뱉었더니 새벽바람이 온 몸을 휘젓고 나간 기분이었다. 옆에서는 우산이 없어 발을 동동굴리는 남매가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20살 쯤 되보이는 아이의 누나를 쳐다보았는데 민망했는지 서둘러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녀는 다소 통통하고 키가 컸는데, 몇 안되는 여자들에게만 느낄 수 있는 싱그러운 매력이 있었다. 빨강과 흰색이 어우러진 스트레이프 티셔츠가 잘 어울렸던. 감각적인 생기를 내뿜는 참 예쁜 여자였다. 눈 꼬리가 올라가 자칫하면 매서워보일 수도 있었는데 이른아침 남동생을 스쿨버스에 태워보내려것 마냥 동생 손을 꽉 붙잡고 있어 아오이 유우처럼 오히려 참신해보였다. 비가 오니 마음이 눅눅해진다. 오늘 비가 하루 종일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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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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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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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02 14:26 신고

    7월 25일에 비가 내렸었나요?
    푹푹 찌는 가마솥 더위가 계속 되고 있는데, 더위조심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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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02 14:30 신고

      오늘 더위가 최절정에 이른 뒤 주말부터는 나른해진다고 합니다. : ) 조금만 버텨보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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