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혐오사회 / 카롤린 엠케

2018.07.19 14:36

난민 혐오 뒤에 숨겨진 이데올로기

- 혐오사회, 카롤린 엠케


최근 예멘 출신 난민들이 제주도로 대규모 유입이 되면서 이들을 추방하자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난민신청 허가를 폐지하자는 국민청원이 홈페이지에 게시된지 5일 만에 22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퍼져나가고 있는데 이들이 종교적 신념에 의해 국민의 아들과 딸과 며느리를 강간할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큰 호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될 수 있으므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면서 사회적·심리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는 왜 끝도 없이 누군가를 혐오하고 있는 것일까? 전 세계 분쟁지역을 취재해온 저널리스트 카롤린 엠케의 책 <혐오사회>는 오늘날 흘러넘치는 혐오와 증오, 그리고 차별이 왜 우리 모두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인지 설득력 있게 해명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반유대주의 테스트와 캐리커처들은 유대인들이 ‘독일 여성’을 괴롭힌다고 주장하며 경고한다. 검은 치욕이라는 표재 아래 흑인을 ‘백인 여성’에게 성적인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낙인찍었던 그림들도 지금 다시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유통된다. 오늘날 다시금 ‘이방인’, 흑인들, 난민들에게 성적인 위협을 가하는 존재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82p


작가 엠케는 위의 사실을 바탕으로 주요 언론들이 성폭력에 대해서만 보도를 하고, 이때 그 범행 내용과 특정한 범인 유형을 마치 하나의 결합된 쌍인 것처럼 다루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이로써 이주자들이나 난민들에 대한 이미지는 불가피하게 ‘성폭력’의 이미지와 결합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예맨 난민들이 지역 이동권을 주장하며 서울로 지역을 이동하려고 하자 이들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성범죄와 연결 지으며 부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내기도 하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제주도 지역에서 3-4명의 예맨 난민들이 돌아다니며 여성들의 몸을 훑터보거나 강간을 시도하기 위한 조직을 결성하고 있다는 루머가 양산되기도 한다. 이는 최근 강진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여성 범죄 피해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재 국민들의 불안한 심리를 더욱 자극하며 ‘예민난민추방론’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물론, 혹시 모를 범죄행위를 우려하거나 알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정보가 유통될 때 우리는 신뢰를 바탕으로 건강한 방식의 토론이 이뤄질 수 있으며 서로 합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억측된 정보들이 난무하면  비방과 거짓으로 혼란이 가득해질 수 있다. 또한, 무차별적인 루머가 야기될 때 그 집단과 구성원 개별의 특성 뿐만 아니라 이를 만든 사회나 경제, 이데올로기 구조에 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라는 글이 국민 청원에 등록되었다가 삭제된 적이 있다. 이러한 정보는 예맨 난민에 대한 ‘강간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게 만들었다. 이 ‘강간 공포’의 요지는 예맨 난민들이 할례, 명예살인 등 극심한 여성 혐오적인 이슬람 문화권에서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성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난민 및 이민자들의 집단 성범죄 사건인 독일의 ‘퀄른 사건’이나 영국의 로더럼 사건’ 등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선 제주도에 체류중인 예맨 남성들은 남성성보다 난민이라는 지위가 더 절대적이다. 생존권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나머지 안전권, 기본권, 건강권, 노동권 등 각종 기본권에 있어서도 처참한 수준인 것이다. 이 처지는 지위를 인정받더라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여성 일반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아래쪽에 있다면 예맨 난민은 그 운동장의 벼랑 끝에 있는 것이다. 난민 지위에 치명적인 강간 모의가 터무니없는 억측은 이유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난민 인정률은 2015년 기준 4%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난민을 제대로 받아보지도 않은 나라인데다 60만 제주도민의 1000분의 1도 안되는 난민을 두고 운운하는 공포는 합리적공포라기보다 제노포비아(Xenophobia)의 혐의가 짙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이른바 한 민주국가 또는 한 민족, 한 사회질서의 특징이라고 주장되며, 동시에 특정한 개인들 또는 집단 전체를 ‘이방인’ 또는 적이라고 선언해 그들을 법률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사회적, 문화적, 물리적 암호들을 산추해내는 ‘이야기들’이다. 최근 더욱 부각되는 과격한 세계관이나 이데올로기를 이끌어가는 동력, 그리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와 개념들도 나의 관심사다. 사회운동이나 정채행위자는 바로 이런 것들을 껄어대며, 갈수록 더 광신적으로 치닫는 자신들의 입장에 대한 근거를 삼으려 한다. 이는 참된 민족과 참된 문화와 참된 공동체, 그리고 폄하하고 공격해도 문제되지 않는 참되지 않은 타자들이라는 대립 구도를 구축하는 전략을 나는 곰곰히 들여다 보았다.” 135p


엠레는 이러한 내용을 통해 특정한 차별과 배제는 자신들이 속한 그룹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며 이데올로기적 행위일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강간의 근본 원인은 성욕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일 수 있다. 강간을 이슬람교나 남성 자체의 문제로 보는 것이 피상적일 수 있다. 독일의 퀄른 사건, 영국의 로더럼 사건도 사회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낀 집단이 주류 사회의 하급계급 여성들을 상대로 감행한 복수 성격에 가깝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도 비슷한 사례였다. 이러한 사례는 일부 난민이나 이민자를 추방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환경오염처럼 강간 문화는 일부 국가나 집단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상호작용한다. 정말 두려워할 것은 난민을 눈앞에 사라지게 함으로써 우리가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책 읽고 쓴 기간 : 2018년 6월 18일 ~ 29일 

책 구입 처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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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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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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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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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9 14:41 신고

    이제 비평문 형태로 글을 쓰고 싶진 않다. 사회적 이슈보다는 좀 더 내적 부분에 포커스를 맞출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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