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Coffee) 의 단상

2018.07.14 11:51

커피 (Coffee)

ㅡ 노동을 위한 연료 


회사에 출근하여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냉장고에서 커피를 꺼내는 일이다. 적당한 양의 커피 원액을 빈 잔에 부 워 얼음과 넣고 차가운 물과 섞으면 어느 세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탄생한다. 


내 취향에 맞게 조제된 커피는 부드러운 빵과 함께 마시기 좋은 음료이자 피곤해진 몸의 활력을 돋는 각성제이다. 몸에 한 번 들어가면 따뜻한 열감을 만들어내어 몸의 예열을 돕고 심장을 빠르게 뛰도록 해서 지친 정신을 깨운다. 마치 자동차에 연료를 주입하면 거센 엔진소리를 뿜어 나와 바퀴가 힘차게 굴러가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신체를 사용해 몸을 움직이거나 걸으며 몸과 정신의 감각을 깨워왔다. 잠든 세포가 활력을 찾기 시작하면 뇌의 순환이 일어나 자연스럽게 각성이 되는 방식이다. 반면 테이블 앞의 커피는 우리의 의식을 인위적이고 화학적인 방법으로 몸을 깨우는 방식이다. 몸에 들어간 커피가 졸음을 일으키는 아데노신 수용체의 작용을 방해하여 뇌의 각성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커피가 인류의 노동력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산업혁명이전에는 커피를 마시는 일이 금기였다. 독일의 역사학자 볼프강 쉬벨부쉬는 산업화과정에서 정신노동에 적합하도록 재형성하는데 커피가 도움이 됐고, 그래서 커피를 마시도록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커피를 마신 노동자들의 의식을 각성상태로 만들어 이성적으로 노동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근대사회 근면을 지탱하고 게으름을 억제하는데 커피가 큰 공을 세운 것이다.


산업혁명의 동력이 증기기관이 아닌 커피였음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커피의 놀라운 작용은 자본주의가 원하는 합리적이고 근면 성실한 인간상을 만드는 정신과 유사해 보인다. 물론, 커피로 약간 들뜬 흥분감은 사람들이 쉽게 서로 대화를 나누도록 돕고 향긋한 커피향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그래서 기호식품이기 이전에 문화적 향유에 가깝기도 하다. 


그러나 과잉 노동이 양산되는 현대인들의 삶에서 커피의 존재는 각성된 우리의 신체적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게 만들어내는 피로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 중고등학생들의 교실에까지 침투한 커피의 독은 과도한 경쟁의 산유물이자 우리의 생체적 리듬을 방해하는 ‘무질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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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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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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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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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5 10:02 신고

    커피는, 노동을 위한 연료 !

    강렬하고 함축적입니다.. 반박할 수도 없는...

    커피는 필요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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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5 17:01 신고

      각성제 효과로서 커피가 좋은 것 같아요.. ^^;
      다만 커피의 사회적 기능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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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5 19:58 신고

    저도 항상 과제할때면 커피랑 핫식스를 달고 사는데 공감이 많이 되네요 ㅠㅠ 휴.. 카페인은 내 몸의 체력을 대출해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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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6 17:19 신고

    커피... 좋아하긴 하는데 카페인을 멀리해야하는 이유로 하루 한잔이상 먹지 않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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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8 19:15 신고

      ㅇ_ㅇ 좋은 습관입니다. 카페인이 몸에 좋지 않은데 자꾸 손이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ㅠ_ㅠ 아침 출근과 함께 커피한잔이 없으면 일에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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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8 08:38 신고

    저의 경우도 하루 10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같은 더위에는 더 하기도 하고 늦은 퇴근에 항상 머리가 무겁습니다.

    참, 공감가는 글이며
    커피에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기도 하죠.

    지금도 오전에 벌써 두 잔의 커피로 피곤을 달래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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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8 19:16 신고

      와 커피 많이 드시네요, 우리 몸에는 자율신경계가 있는데요. 교감신경(흥분)과 부교감신경(편안함)이 밸런스가 맞아야 몸이 큰 탈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커피는 교감신경을 높여주기에 많이 드실 경우 이 시스템이 조금은 망가질 수 있어요.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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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9 13:45 신고

    읽을만한 글들이 많네요
    링크 걸고 자주 올게요.
    블로그 느낌도 마음에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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