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의 도덕성

2018.05.28 15:07

팔짱의 도덕성

ㅡ 시선의 전환


우리는 종종 대화를 하는 중 팔짱을 끼곤한다. 팔을 교차하여 몸통 중앙에 위치하는 자세인데 근육적 움직임 없이도 양팔이 고정되어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나는 꽤나 편한 동작으로 느껴서 어릴 적부터 이 자세를 자주 취해왔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에피스드를 겪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영어수업 중 팔짱을 끼고 있는 내게 담임선생님은 자신에게 불만이 있냐며 태도 점수를 깎기도 했고, 대학교 전공수업 중에 모자를 쓴 학생과 함께 불려나가 예의가 없다며 혼이 나기도 했다.


팔짱은 내게 편안함을 안겨주지만 상대방은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할 자세였다. 팔짱이 주는 사회적 메세지에 거만함, 불편함, 무시하는 등의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주로 주인공이 깊은 생각에 잠기는 모습으로 나오기도 하고, 자신을 과시하고 상대방을 위압하기 위한 제스쳐로 보여지면서 이것이 분명해져왔다. 


하지만 이것이 지닌 또 다른 특징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종종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으로부터 불안과 초초감을 느낄 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팔짱을 사용 하곤한다. 자신이 감싼 팔이 그 순간 나를 감싸주는 다른 사람의 팔의 역할을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다. 이처럼 팔짱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고마운 자세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잠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는 은유적 메시지로서 혹은 잠깐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사용될 수 도 있다. 팔짱의 자세가 여유롭고 천천히 대화하기 위한 비언어적 수단으로써 인식될 수 있다면 보다 편안한 대화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서양 문화에서는 팔짱 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통한다. 중요한 회의장, 학교, 심지어 군대에서도 하급자가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편안한 자세에서 나오는 심리적 여유감을 존중하고 친근함의 표현, 수평적 관계의 표상으로써 사회구성원이 이해하며 통용되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려왔다. 윗어른을 공경하고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며 예의에 어긋남이 없는 생활로써 몸의 자세를 엄격하게 다루어왔다. 팔짱의 부정적 인식은 여기에서 파생되어 온 우리들의 억압된 자세 중 하나가 아닐까. 시대가 변화하면 언어도 바뀌어가듯 우리의 몸이 담고 있는 메시지도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길 기대해본다.


작성일 : 2018년 5월 27일 일요일

글쓰기 장소 :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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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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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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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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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29 19:38 신고

    팔짱이 상대방에 방어적인 자세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그렇다고들 하는데
    저희 회사는 사장님앞에서도 팔짱끼고 회의를 합니다.
    앞으로 많이 바뀌겠죠. ^^
    좋은 것만 받아드려도 모자랄 시간에..., 기대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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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6.01 23:17 신고

    팔짱 대신 뒷짐지고 있으면 어떤 말들이 나올런지 궁금해지네요.. ㅎㅎ;
    토니님의 글과 묘한오빠님의 댓글에 깊은 공감을 느끼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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