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1999)

2018.04.10 10:14

슬픈 욕망의 도가니

-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1999) 읽기


미야베 미유키의 유명한 저서 <이유>는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 웨스트 타워 2025호에서 벌어진 일가족 4인 살인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하나씩 찾아 나아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반전이나 기교에 의존하지 않고 범죄가 어떻게 우리의 삶에 걸쳐 있는지에 범죄의 사회적 동기를 쫓는다. 이 흥미로운 책에서는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일본 사회의 부동산 거품과 같은 현대사회의 핵심 전반을 비판한다. 그 현대사회의 비판은 비단 경제적 부분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불행을 안고 있는 것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두 그룹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에서의 가족의 의미를 조명한다. 


이 책의 등장인물의 공통적 욕망인 부동산투기는 집이 본래 가지고 있던 생활공간이나 주거공간으로서의 가치가 매몰되고 투기의 상품으로 전락하면서 소외된 인간의 참상을 진단한다. 미야베 미유키 역시 거품경기를 통해 한 몫 건져 부자가 되고자 했던 일본 국민과 본업인 제조업은 내팽겨치고 자국과 미국 등의 부동산 투기에 돈을 쏟아 부은 일본 기업들, 엄격한 심사 없이도 대출을 퍼주던 일본 기관의 탐욕이 결국 1980년대 말 일본 거품경제의 몰락을 만들었다고 판단하며, 살인사건이 발생한 도쿄의 최고급 아파트 웨스트 입주민과 그 이웃들의 목소리를 소설형식을 통해 서사화하였다.


이야기의 뼈대만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 이 소설은 1980년 대규모 재개발이 한 창이었던 일본 거품 경제의 틀을 그대로 담고 있다. 처음에 도쿄 중심가에서부터 시작했던 부동산 광풍은 도쿄 전역을 넘어 나고야, 오사카 등 일본 주요도시들로 확산되는데, 1988년 도쿄 지가는 1987년의 3배로 폭등하는 등 엄청난 거품이 발생된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니 더 많은 대출이 가능해져 계속 오르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당시 자동차, 전자제품 등 수출품 등이 세계 전역을 휩쓸었지만 절상된 환율로 수출길이 막힌 일본 재벌과 잉여자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간 것이 촉매제가 되었던 것이다. 현대인의 욕망처럼 부풀어 오른 거품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1980년대 말 일본 거품 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소설은 이 시점을 배경으로 삼는다.


미야베 미유키에게서, 거품 경제 몰락 이후의 일본의 세계는 그래서 물질만능주의. 공허함, 현실주의, 이기주의으로 되돌아온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처럼 무리하게 거액을 대출 받아 도쿄의 최고급 아파트를 구입하고, 허위 임대계약서를 쓰고 혹은 자식들에게 존경받지 못한 다는 이유에서 불행을 짊어지게 된다. 편안함과 안락함의 상징이던 집은 수 십년 만에 물질과 허영으로 가득 찬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 극적인 변화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 한국의 집값은 소득대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임금은 2배가량 오른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집은 5배 이상 올랐다. 아무리 돈을 열심히 벌고 모았어도 적금만으로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반대로 아파트를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상당한 저축을 할 수 있다. 이는 2000년대 들어서 부동산 투기의 열풍이 불러왔고 너도나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우선 집을 마련하고 갚는 문화가 조장되었다. 하나의 선례로 한국 국민의 전체 가구당 평균 채무는 약 1억원 정도가 된다. IMF 당시 1인당 채무가 500만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4인 가구 기준 5배의 빚이 상승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에라도 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의 몰락이 한국에서 재현된다면 한국의 가정은 큰 파국을 맞게 될 수 있다.


우리에게 있어 집이 주는 의미는 편안한 휴식이자 삶의 안식처, 아이들에게는 학습의 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재테크와 자산 증식의 도구로 기능하는 현실 앞에서 집은 사람과 사람을 구분 짓는 자산 규모의 표식이자 성공과 몰락을 위한 도박장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공용임대주택을 늘려 국민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이 요구되며, 다주택자들에 대한 누진세율을 높여 주택의 시장공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겠다. 이를 통해 과도한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고 집이 절실한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집값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부동산 투기로 인한 집값 상승이 결혼률과 출산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높이는 요인이 아닌지도 우리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책 읽은 기간 : 2018.03.03~03.07 

구입처 : yes24

ps :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읽는 내내 메모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시간도 오래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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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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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 중에서 빼버릴 것은 하나도 없으며, 없어도 되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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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4.10 10:24 신고

    이번엔 비평문 형태로 써봤는데, 생각보다 어렵다. 많이 쓰다보면 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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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4.20 11:54 신고

    이분이 모방범 작가시죠?
    추리소설인데 두꺼운 책으로 3권이나 되는 시리즈였는데...
    이분은 일반 일본추리작가님과는 좀 다른느낌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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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4.23 11:14 신고

      맞아요! 위에 언급하지 않는 내용이 있어 잠깐 적어보자면.

      큰 반전을 유도하는 서양식 추리소설과 다르게 미유키는 결말을 어느 정도 암시를 하고 시작하면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 등에 초점을 맞춰 독자들에게 다양한 철학적 사유를 제공합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사실 꼼꼼하게 읽는다고 노력했는데 놓친 것도 읽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시간이 될 때 다시 한번 읽어볼까합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려 8시간 정도 걸렸는데, 아는 분은 3시간 밖에 안 걸리셨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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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4.23 11:15 신고

      별볼일 없는 블로그에 매번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가 많이 내려 쌀쌀한 날씨입니다. 감기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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