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숲 - 음주를 멀리하며

2018.02.20 20:12

나는 천성으로 술과 가깝지 않다. 그렇게 태어났다. 알코올이 혈액에 녹아드는 순간, 눈 안쪽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일어나 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우연히 몸에 잘 맞는 날에는 약간의 두통에 머물지만 대부분은 심한 안구 건조현상과 통증을 느낀다. 그 두통 조차도 넘어설 만큼 진탕 마시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다가 서서히 몸이 나른해지면서 잠이오게 되 입에서 한 마디 떼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모습을 천천히 보고 있노라면 참 재미없는 사람, 차라리 없는게 더 나을 법 하다. 다음 날이 되면 지긋이 머리를 누르는 듯한 두통의 무게감이 몸에도 전달되면서 하루 일정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얼굴에는 드문드문 여드름이 올라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러한 몸의 반응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술을 마셨던 이유는 알코올이 중추신경을 자극하며 느껴지는 잠깐의 쾌락. 그 곳에 잠깐 머물고 싶었던 것이다. 


알코올은 나에게 해롭다 ; 하루 한 잔의 와인이나 맥주는 나의 삶을 완벽하게 '눈물 골짜기'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하다 ㅡ 그러니 뮌헨에는 나와 반대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러한 사실을 꽤 늦게야 깨달았다고 해도, 그것을 체험한 것은 어릴 적이었다. 소년 시절에 와인을 마시는 것은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처음엔 젊은이의 허영심에서 출반하는 것이고 나중엔 나쁜 습관이 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이렇게 몹시 불쾌하게 판단했던 데는 아마도 나움부르크와인에도 책임이 있었을 것이다. 와인이 기분을 즐겁게 한다고 믿기 위해서는 나는 그리스도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내가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것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농도가 약하게 희석된 술을 약간만 마셔도 엄청나게 기분이 이상해질 수 있지만, 농도가 진한 독한 술을 마시게 되면 나는 거의 뱃사람처럼 되어 버린다. [각주:1]

ㅡ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이상엽 번역, 19페이지 중


니체의 경우도 그랬을까. 니체는 와인을 마시는 것은 담배를 피우는 것 처럼 젊은이의 허영심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나중엔 나쁜 습관이 되어 버리는 것을 굳게 믿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정신적인 본성을 소유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알코올 무조건 금하라 충고한다. 물 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는 늘 물을 떠 마실 수 있는 샘물을 선호했고 개를 데리고 산책 하듯 늘 물컵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이 문구들을 되새김질하다 엊그제 점심시간을 이용해 1리터의 큰 물통을 하나 샀다. 늘 커피나 알코올에 익숙한 나의 몸에게 물과 친해질 기회를 준 것이다. 이제 몸이 거부하는 알코올을 멀리해야겠다. 술 대신 물. 커피 대신 물. 오늘 니체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 사람을 보라 (큰글씨책)
국내도서
저자 :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 이상엽역
출판 :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201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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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이상엽 번역, 19페이지 중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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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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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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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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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2.25 00:50 신고

    원래 맥주를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
    골초에다가 매일 막걸리 병뚜껑을 까는 저에게 일침이 되는 글이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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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12 10:56 신고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이 많이 늦었네요.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라는 말이 있듯이 잘 관리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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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12 10:56 신고

      저도 술은 좋아하는데 몸이 받아주질 않네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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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03 00:08 신고

    예전에 술 엄청 먹었었는데... 새벽까지 술 마시고 주차장에 차 데고 2~3시건 차에서 자고 출근하고...ㅋㅋ
    예전에 한참 혈기 왕성할대 였지요...ㅎㅎ
    지금은 거의 술을 안먹어요~~ 건강 관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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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12 10:57 신고

      20대 몸이 한 참 받쳐줄 때는 돈이 없고, 여유가 생길 30대 쯤은 몸이 따라주질 않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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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06 21:50 신고

    술과 담배 모두 하고 있는데...,
    요즘은 나이먹어서 그런가? 술은 자제하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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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04 23:54 신고

    저두 술을 안좋아해서.. 입에 대지를 않아요. 가끔 좋아했으면.. 할때도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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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17 16:29 신고

    저도 술을 아주아주 멀리하는 사람이라... 심지어 느끼신다는 그 잠깐의 쾌락도 느끼질 못해서, 그냥 술자리에서 물이나 음료 마시면서 수다 떨고 오는 정도네요. 술보다 말이 주는 쾌락이 커요. 제 경우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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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17 16:41 신고

      그렇군요. 저는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내향적' 성격이라 ㅋㅋ ㅇ_ㅇ 요즘은 술 안 마시고 대신 커피를 마시네요. 카페인 중독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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