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amusement)

2018.02.09 23:57

교육을 받기 위해 휴가를 쓰고 서울로 갔다. 집에서 지하철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로 도착지 근처 역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5분을 더 가야한다. 오늘로써 6개월을 참여했고 1년의 과정 중 중반에 이르렀다. 쉴틈없이 달려와 부지런히 참여했다.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녹음도 하고 집에서 책도 읽으며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게슈탈트와 같은 심리이론, 표현예술 같은 몸 작업을 통합하여 작업하는 것은 쉽지않다. 수업 중 가끔 이런 생각이을 한다. 내가 현장에서 적용하지 못하면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겠지? 막연한 불안감이 떠오를 때는 최대한 이런 생각들을 버리려 노력한다. 그리고 마치 어린아이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호기심에 가득찬 눈 빛, 그리고 몸짓의 태도로 참여한다. 

오늘은 다리와 발 작업을 하며 즉흥에 대해 배웠다. 즉흥은 무식과 의식이 창조적인 과정에서 서로 만나도록 허용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그러고 보면 아이는 훌륭한 즉흥자이다.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어떠한 계산과 판단없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인다. 이것은 얼마나 순수한 행동인가? 작업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즉흥이라는 두려움이다. 나는 그간 무엇이든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계획하고 판단해왔기 때문에 작은 것들이 사소하게 무너지면 늘 스트레스 받고 좌절하며 짜증을 냈다. 인생 성공을 위해선 건축가처럼 앞의 삶을 내다보고 체계적으로 계획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나의 무의식 저번에 깔려 나를 짖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늘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무엇이어야 한다는 무거운 신념들.,. 그 집착과 의도를 벗어나 발과 다리를 사용해 즉흥의 무대를 펼쳐보았다. 무의미함, 가벼움을 나에게 초대함으로써 통제된 마음과 정서에서 벗어나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막연하게 보일 수 있는 즉흥. 내 삶에도 적용해보면 무미건조한 내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길 것 이다.



작성자

Posted by 토니

작성자 정보

존재하는 것 중에서 빼버릴 것은 하나도 없으며, 없어도 되는 것은 없다.

관련 글

댓글 영역

  • 프로필 이미지
    2018.02.11 21:25 신고

    머리에 쌓인 지식과 마음에 쌓인 것들이 즉흥의 척도가 될 것 같은데... 제가 즉흥적으로 할수 있는 것는 설겆이, 군것질, 청소, 사무실에 홀로 남는것 정도 일것 같네요.

    • 프로필 이미지
      2018.02.19 16:39 신고

      좋은 말씀입니다. ㅎㅎ 직장인이 되고부터는 일상에서도 계획화 되어 살아갑니다. 계획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창조적 사고를 갖기 위해서는 즉흥도 필요하죠. ㅎ

블로그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