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여행 스케치

2018.01.02 21:24

서른 살이라는 나이는 우리의 인생살이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인생의 고비가 아닐까 하고 오래전 부터 줄곧 생각해왔다. 특별히 뭔가 실제로 근거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제 나는 좋든 싫든 20대에 다져온 길을 다시 돌이킬 수 없이 세월의 앞으로 나아가는 톱니바퀴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서른 살이란 분수령을 넘음으로써 과거의 지적 공백을 매꾸고 경제적 채무를 다해야만 하는 인생의 무게와 맞닿아 있는다. 이러한 변화는 예감과 같았다. 그 예감이 점점 가까워질 때 쯤 나의 몸 속에서 무언가 조금씩 부풀어올랐다. 그런 변화가 오기 전에 뭔가 추억을 남겨야겠다는 결단. 묘하게 뭔가 빠진 듯한 느낌으로 고요한 호수에서 일종의 유동감. 세월이 어떻게든 흘러가며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가지만 나는 나의 기억의 질감으로 나만의 문장, 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마흔을 맞기는 싫기 때문이다.

 생각들을 정리하며 치앙마이로가는 비행기편을 오늘 예약했다. 2틀 후에 떠나는 여행. 오늘 내내 여행에 대한 스케치를 그리며 일일의 계획을 짰다. 가장 먼저 떠오르것이 맛있는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으며 톡쏘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은 것이다. 아주 대낮에 몽롱한 의식으로 거리를 누비며 따뜻한 햇살을 친구삼고 가는 곳마다 재미있는 말투와 유머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 외국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밤에는 야시장을 다니고 시원한 풀장에서 수영과 그리고 맥주. 이번에 구입한 뱅앤올룹슨 a1을 들고 다니며 신나는 음악도 틀어볼 것이다. 리듬이 좋다면 춤도 추고 박자에 맞춰 노래도 불러 볼 것이다. 그러다 잠이 오면 숙소에 들어와 실컷 자야지. 

일상을 뒤로 한체 떠나는 여행.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그렇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여행을 떠날 이유로는 이상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간단하면서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일도 일반화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먼북소리)문학사상사, 17쪽)중에서.


작성자

Posted by 토니

작성자 정보

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관련 글

댓글 영역

    • 프로필 이미지
      2018.01.06 10:38 신고

      감사합니다. 벌써 치앙마이에 도착했네요 ㅎㅎ

  • 프로필 이미지
    2018.01.05 13:06 신고

    이제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느끼는 충분한 글이었습니다 ^^
    나중에 여행 다녀오신 것 올려주세요. 이번에 차를 현금으로 구매하다보니 여행은 가지못하고 집에서 뒹굴뒹굴 거렸더니 대리만족이라도 해야겠네요.
    건강하게 다녀오세요

    • 프로필 이미지
      2018.01.06 10:39 신고

      고맙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진은 정말 중요한 매체 인 것 같아요. 추억도 하고 소통도 할 수 있는... 치앙마이에 벌써 도착해 편히 쉬고 있네요. 사진 많이 찍어야겠습니다 ㅎㅎ

블로그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