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秋夕)을 앞두고

2017.09.29 01:14

추석을 앞두고 있습니다. 긴 연휴의 공백을 채워넣기 위해 부지런히 달리다보니 그 간 포스팅에 신경쓰지 못했습니다, 거미줄이 생길 때 쯤 들어와 이웃블로그를 기웃거리는 것이 일상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 한편 올려두곤 몇 일을 방관했네요.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블로그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억지로 나마 잡다한 기사나 시를 올려본 것이 아닌지 참회해봅니다.

내일 업무를 마치고 고향인 '여수'로 가기 위해 방금 짐을 부랴부랴 가방에 채워넣었습니다. 생각보다 짐이 많지 않아 크지막한 운동 가방은 반도 차지 않았는데 내일 출발하면서 놓친게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그래서 지난 몇 달간 사놓고 읽지 못한 책 몇 권을 쑤셔넣으려 제 옆에 몇 권을 두었습니다.

고향에 내려가기 전 엄습해 오는 감정은 불안이 있다는 일종의 깨달음입니다. 오랜 만에 뵙는 가족과 친척들의 만남은 늘 기쁘고 행복하지만 때로는 불편함과 서운함이 있기도 하여 버스 타기 전 긴 호흡과 함께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두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자책감과 분노 따위의 감정이 제 몸을 공격해오는 통에 다시 오기 전 쓰러질 지경이 됩니다. 일테면 결혼의 시기, 직장의 안정성, 연봉의 크기 등을 주변 친척이나 이름 모를 이웃들과 비교를 하는 거지요. 물론 저는 무시하거나 애써 좋은 척 남을 칭찬합니다. 일종의 체념인 셈이죠.

저는 과연 행복할까요? 저는 늘 제가 정말이지 참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나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행복해 보였습니다. 25살이 되기 전까지는요. 어렴풋하게나마 즐겼던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며 지금과 비교를 하게되면 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우울감이 밀려옵니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생존의 터에서 평생 고분분투(孤軍奮鬪)해야 할지도 모르는 삶. 도태되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들. 내가 삶의 방향을 잘못 정한 것일수도 있고 혹시나 잘못된 태도로 삶을 바라보고 있나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휴는 저에게 참 중요합니다.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테니까요. 잘 쉬고 잘 먹고 잘 생각해보다 오겠습니다. 시간이 되면 주변을 산책하며 사진도 찍고 친구도 만나 수다도 떨며 그 동안의 나에서 탈피(脫皮)해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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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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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 중에서 빼버릴 것은 하나도 없으며, 없어도 되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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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9.29 16:32 신고

    그러게요. 몇일 뒤 찾아오는 추석.
    건강하게 잘 지내고 오세요. 사무실 막내 동생도 집이 여수라 점심먹고 보냈는데..., 잘 가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전, 양가 모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이제는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 가끔 내가 나이를 먹고 있구나하고 한숨을 쉬는데...,
    아무리 글을 봐도 결혼한 이야기는 없으시니 내려가면 힘드시겠네요 ㅋㅋ
    고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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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9.29 17:27 신고

      결혼을 위한 적당한 시기를 찾지 못하고 있네요. ㅎㅎ 급한 건 아닌데 고향에만 가면 난리입니다. ㅎㅎ 명절 잘 보내시고 좋은 일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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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9.29 23:33 신고

    안녕하세요 토니 님,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네요. (저는 월요일에 출근하지만, 마음은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ㅎㅎ)
    고향이 멀리 있나보네요. 저도 고향이 멀어서 고향에 다녀온 전후로 뭔가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는 것 같습니다. 저랑 고민하는 게 비슷한 것 같아, 그 고민이 얼마나 끝 없이 느껴지고 힘들 지 감히 짐작해봅니다. 그리고 정답도 없죠.
    전 그런 고민이 많은 걸 오히려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민을 중심에 두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뉴스를 접하거나 아무튼 살아가며 겪는 일들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며 고민도 성장하고, 때론 사라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댓글이 길었네요.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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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08 10:08 신고

      감사합니다. 벌써 연휴가 끝나가네요. 생각보다 길어 일상으로 복귀하려니 마음이 편치 않네요. 고향에 내려와 이것저것 생각도 많이 했고 사람도 많이 만났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가만히 누워있거나 좋은 영상보면서 쉬는게 가장 행복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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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04 07:14 신고

    겪어보니 그냥 흘러듣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듯 합니다..
    뜻깊은 한가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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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08 10:04 신고

      잘 잘쉬고 너무나도 잘 쉬었네요. 감사합니다. 다시 일상 복귀 준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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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09 23:00 신고

    그 길고 길었던 추석연휴가 끝났네요...ㅎㅎ
    젊었던(지금도 전 젊어요.ㅋ) 시절 명절에 고향에 가면 저 역시도 항상 듣던 이야기들... 걱정들... 결혼은? 부터 해서 듣던 이야기들...
    이제 결혼해서 아이도 커가면서 그런 이야기는 듣진 않치만 다른 걱정거리들이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네요..

    사람들은 언제나 머리속에 걱정을 담고 살아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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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12 14:23 신고

    연휴가 끝나고 이 글을 보니 느낌이 새롭네요.
    전 오히려 총각때는 명절은 정말 쉬는날이었는데 (아버님이 외아들이라..), 결혼후의 명절은 좀 번거롭고 귀찮아지더라구요.
    그래도 가족들을 만날수 있는 때이니 행복한 기억을 남기셨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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