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모먼트 오브 트루스의 분석

2017.09.12 19:36

ㅡ 돈 앞에 고해성사 


방송인 김구라가 진행하는 < 모먼트 오브 트루스: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미국에서 아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국내 한 케이블 방송사에 로열티를 받고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포맷은 매우 간단명료하다. 출연자가 미리 거짓말 탐지기로 수십개의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한 후, 방송에 나와 단계별로 나뉜 21개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 거짓말 탐기기 결과에 따라 진실/거짓이 ‘선언’이 되고, 진실의 대답이 많이 나올수록 돈을 받게 되며, 거짓이 나올 경우 그동안 확보했던 돈은 물거품이 된다. 한국판에서 총액은 1억원이다.


이 프로그램은 천주교에서 행하는 ‘고해성사’와 비슷한 포맷이다. 다만, 고해성사가 신을 대신한 신부와 칸막이를 둔 채로 비밀스럽게 행해지는 의식이라면, <모먼트 오브 트루스>는 그 칸막이가 방송카메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고해성사를 통해 얻는 보답이 크게 보아 ‘구원’이라면, 이 프로그램은 1억원이라는 ‘돈’이다. 칸막이가 걷힌 상태에서 자신을 보이면, 구원은 돈으로 오는 것이다. ‘돈’의 그 자체의 힘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양심도, 법도, 가족도, 애인도 모르게 했던 일을, 돈은 만천하에 드러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오직 신 앞에서만 가능했던 일은 이 시대에서는 돈 앞에서 가능해진 것이다.


얼핏 생각해보면, 정말 쉬운 게임이다. 그저 자기가 살아온 날이나 가진 생각들에 대해 ‘정직하게’ 대답하면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사이의 돈을 1시간 안에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출현자가 밝히는 자신의 치부는 200만원, 500만원, 2000만원, 4000만원, 1억원으로 교환된다. 이 돈은 ‘머니 트리’로 표현되는데, 실제 모양은 피라미드이다. 진실을 대답 할 때마다 피라미드는 한칸 씩 쌓인다. 피라미드가 아래에서 ‘축적’ 하듯, 돈 역시 그렇게 ‘축적’ 된다.


그러나 <모먼트 오브 트루스 코리아> 방송분에서는 2000만원 이상을 넘긴 사람은 없었다. ‘수치심’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의 구도는 정확히 ‘수치심’과 ‘돈’의 교환이다. 그래서 판돈이 커질수록 수치심을 자극하는 강도는 커진다. 불륜, 바람, 성적 상상, 부모와 애인에 대한 생각 등으로 질문이 깊어질수록 출연자들의 얼굴은 붉어지고, 이를 지켜보는 출연자의 부모, 애인, 혹은 친구의 얼굴은 역시 일글어 진다. 


1억원이라는 돈은 크고, 출연자들은 이 돈을 위해 등장했으나, 결국 그 돈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돈, 화폐의 가치가 수치심이라는 문화적 가치를 완벽히 능가하지는 못한다는 이야기기다. 


이 프로그램에서 시사하는 바는 이제 ‘진실’이라는 개념이 하나의 사용가치에서 교환가치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질문의 단계가 올라 갈 때 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이유는 교환가치가 그 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진실’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교환 가치’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는 진실의 교환 가치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 예로 연예 스캔들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빅뱅스캔들이다.지난 9월 13일, 일본의 유명 사진 주간지 <프라이데이>가 “빅뱅 승리의 침대 위 사진과 성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일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파파라치 매체로, 승리와 잠자리를 같이한 여성의 폭로가 담긴 기사와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승리의 사진을 게제했다. 기사의 분량은 그리 길지 않지만, 사진과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마미양은 자신과 승리의 사생활을 주간지에 고백했고, 많은 금전을 받았을 것이다. 이는 더 모먼트 오브 트루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진실’은 교환가치로서 나타났다. 


이제 이전 시대의 ‘진실’은 고해성사와 같이 과거 개인에게서 개인에게 전해지며 사용되던 가치가 이제는 화폐를 통해 개인에게서 다수에게로 전해지는 ‘교환가치’로서 의미가 바뀌어져 버렸다. 

 

written by t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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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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