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 약현성당

2017.08.13 17:49

지인의 결혼식이 약현성당에서 열렸다.  약현성당은 1892년에 지어져 로마네스크양식과 고딕양식으로 절충되어 번잡스러운 장식 없이 아담하며 장중하기로 유명한 사적이다. 

서울역 1번 출구에서 롯데마트 방향으로 몇 분 걸으면, LIGA라는 아파트가 보이는데 그 길을 따라가다보면 조용할 것 같은 작은 동네보인다. 300m 정도를 걸었을까. 2차선의 좁은 도로 주변으로 조그마한 커피숍과 식당들이 늘어서있고 50대로 보이는 중년남성들이 거리에서 모여 담배를 피고 있는 풍경이었다. 언덕 길이 보일 때 쯤 오른쪽으로 고개를 향하면 눈에 익은 간판이 반긴다. 건물만 놓고 보면 40년도 더 넘어보이는 고딕양식의 학교이다. 높은 건물이 아니라 옆으로 길게 펼쳐진 구조라 뒷 편 성당이 눈에 띈다. 성당 앞에 자리 잡은 학교이고 간판을 자세히 보니 ‘가톨릭대학교 음악대학원’이었지만 얼핏 보면 연향성당의 소건물 같아 보였다. 주황빛 벽돌로 층층이 쌓아올린 벽돌이 잘 어울린다. 

학교를 지나 언덕을 따라가다보면, 정면에 ‘성당 예식장 오는 길’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든다. 언덕을 다 온 것 같지만 한 참을 더 올라가야한다. 나이가 드신 어른들이 올라가기는 힘든 이야기가 된다. 이 성당은 카톨릭 신자들이 결혼식을 할 때 자주 찾는 장소라고 했다. 22m 남짓의 뾰족한 첨탑에 세워진 종을 중심으로 약 120평의 긴 장방형 건물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서양식 성당과 같아 부담스럽지 않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성당안은 엄숙하고 거룩하다. 어린 아이들이 간혹 소리를 지르며 그 무거운 공기를 밀어내기는 하지만 천장에서 머리 맡을 비추는 은은한 조명 빛과 벽 한쪽에서 밀려오는 햇살이 유리창에 붙여지 스테인글라스에 반사되며 중후한 분위기를 만든다. 오르간 소리가 길게 퍼질 때 쯤 모두 일어나 신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한 참이 지나도 자리에 앉을 생각을 하지 않자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고민을 했다. 앞에 앉은 꼬마가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몸을 비틀어대던 찰나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방가운 만남이었다. 

단체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각자 담소를 나누며 인사를 나누었다. 2017년 여름 어느 날보다 화창했던 서울 날씨가 도움이 되었다. 나는 오랜만에 대동서적에 들려 다자이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샀다. 카뮈의 ‘이방인’을 처음 접했을 때 처럼 가슴 깊이 기대감이 부풀어올라 미소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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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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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 중에서 빼버릴 것은 하나도 없으며, 없어도 되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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