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의 철학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이방인》

2017.08.11 14:22


무엇이든 기록하고 남겨야 한다. 이는 2014년을 한 해를 맞이하면서 스스로에게 부여한 슬로건이다. 2013년을 내다보면 검정콩은 없고 까다만 껍데기들만 가득한 것 같다. 간혹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으나 내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인지 기억을 하려고 해도 잘 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이전에 사용하던 에버노트를 하기도 하고 만년필과 노트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틈틈히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기도 한다. 오늘 커피숍에 들러 간단하게 책 한권을 골라 읽었다. 표지에 한 남성이 해변가의 돌틈에 기대어 곰곰히 생각하고 있다. 제목의 이방인을 그대로 표현한 듯하다. 135p 정도로 1-2시간이면 가볍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양으로 시원한 카페라떼를 마시며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




저자 알베트 카뮈는 1957년 스톡홀롬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이다. 프랑스 작가로는 아홉 번째이며 최연소이니 당대 거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방인은 카뮈가 부조리 삼부작 중 하나이자 그가 쓴 최초의 소설이다. 당시 독보적인 위상으로 출판 당시 프랑스 문학에 큰 이변을 불러일으켰으며,  롤랑 바르트는 "이방인의 출간은 건전지의 발명과도 맞먹는 사건이다."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비극과 마주한 주인공 '뫼르소'


이방인 1부에서는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뫼르소의 일상을 제시하고, 2부에서는 살인죄로 법정 앞에 선 그의 생활과 행동이 가진 의미를 해석해나간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주인공 뫼르소가 독백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뫼르소는 챗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누구보다 지루해하는 사람이다. 직장은 그의 숨통을 죄는 곳이고 상사는 일상을 더욱 긴장과 불안으로 만든다. 직장생활이란 본래 고통이 수반되는 곳으로 뫼르소 또한 이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간다. 소설의 시작은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겪게 되는 주인공 뫼르소의 감정이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눈물도 흘리지 않으며, 시신 앞에서 담배를 피기도 하는 등 다소 무례한 반응을 보인다. 바로 다음 날은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기도 하고 우연히 만난 전 직장 동료와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주인공은 성욕, 식욕 따위의 본능에만 충실하고 어떠한 만남에서도 사소한 감정 따위는 철저히 배제한다. 미래의 계획의 없으며 현재의 순간에 만족해나가는 즉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다 어떠한 계기로 살인을 하게 되면서 감옥에 가둬지고 법정 앞에 선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쾌락이었던 담배와 성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서 좌절에 빠지게 된다. 


2부에서는 돋보기로 신체의 일부를 탐색하듯 감옥에서 뫼르소가 법정 앞에서 판사, 검사 등과 마주하며 직면하는 자신의 감정,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해석해나간다. 그는 어머니 장례식에서도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심한 인물로 평가되고 살인을 저지른 뒤에도 죄책감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주인공에게 사형이라는 구형을 선고하며 죄의 명백함을 판사에게 알리는 검사와 이에 반박하는 변호사와의 치열한 다툼에 말 한마디 건내지 못하는 주인공 '뫼르소'는 철저하게 소외됨으로서 피의자는 사라지고 오로지 증거에 의해서 죄가 해석되어진다. 또한, 살인죄로 기소된 '뫼르소'에게 장례식에 보인 그의 태도를 운운하고 평소 본인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그가 똑똑하고 이것으로 정상참작은 불가능하다고 하여 결국 사형 선고를 받는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되어 결국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삶이 아름다운 의미와 순수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인간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인간의 삶 자체는 근본적으로 죽음을 놓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고인의 진술과 무관하게 변호사의 검사의 몇 마디로 죽음의 길목이 결정되고 판사에 의해 죽음이 선택되는 패러다임 속에서 한 사람의 인생은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사회적 관습에 저항하는 뫼르소


법정 앞에선 뫼르소는 형량을 줄이고 다시 사랑하는 여자친구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택할 수 있다.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비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던 심신박약자였으며, 아랍인이 칼로 위협하고 있어 정당방위로 살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라며 거짓 진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인공 뫼르소는 이러한 관습과 상반된 사회가 부여한 피고인의 역할을 거부한다. 자신의 잘못을 더욱 뉘우치는 척 하거나 사실을 거짓으로 탈 바꿈하여 교묘하게 속이는 행위를 단호히 거절한다. 사회(재판장)은 뫼르소에게 기준을 제시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은 반드시 죽음을 애도하는 눈물을 흘려야하고 그 과정에서 보다 정숙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 이를 행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괴멸스러운 사람으로 간주되어 살인자의 본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뫼르소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살인자라 되는 것과는 어떠한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뫼르소는 재판장에서 몇 백년간 유지되어오던 법정의 틀을 파멸한다. 어머니의 장래식장에서 울어야하고 몇일 간의 애도기간을 가져야 하고 재판 앞에서 사실을 교묘히 포장하는 과정. 즉 사회적 관습을 철저하게 거절하는 '이방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웃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사형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

-알베트 카뮈-


카뮈의 이방인은 한 두번 읽어서는 이해가 어려운 난해한 소설이다. 자칫 뫼르소가 답답하고 미련한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법정 앞에서 그가 뜻하는 의미 하나하나를 분석해나간다면 카뮈가 이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진리를 통해 뫼르소가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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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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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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