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萬年筆) 입문기

2017.08.09 10:05



펜을 좋아한다. 평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여 필통에 여러 개를 두곤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허전 함을 느낄 때 종종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들리는데 기념품 마냥 몇 자루 사오곤한다. 최근 몇일 간 만년필을 쓰고 싶었다. 사각사각 써내려갈 때 종이에 젖어가는 잉크가 영혼을 담는다고 한다. 만년필의 매력은 다양하다. 촉 끝을 써내려가면 서서히 마모되면서 어느 덧 나의 필감에 맞춰지는 것이 마음에 든다. 주인에게 길들여지듯 내 몸에 딱 맞춰지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펜을 버리지만 만년필은 오히려 숙성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만년필을 중고로 사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아침을 먹고 짬을 내어 핫트랙스에 가보았다. 여러 펜들이 현란색색 많았지만, 인터넷으로 라미(ramy) 사파리를 입문용으로 가장 추천하길래 몇 번의 필사 끝에 구매했다. 가격 5만 4천원. 인터넷으로는 4만원에 택배비까지 포함하면 4만 3천원 정도다. 1만원 정도 손해본 기분이지만 어쨋든 필사의 기회(나는 지금까지 본적도 써본적도 없다.)를 주었으니 감사하게 생각할 수 밖에. 만년필의 단점으로 통하는 잉크 번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 제지에서 나온 Milk 85g 를 구매하여 그 위에 여러 내용을 적어내려갔다. 부드럽게 써진다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과장이 있어보이고, 거칠다고 하기에는 손이 가볍다. 종이 위에 그려지는 글자 마디마디는 충분히 나를 매료시켜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앞으로는 볼펜보다는 만년필을 사용할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사용하기에는 다소 거부감이 있겠지만 다이어리나 일기로는 안성맞춤이다.




만년필에는 오해가 많다. 나 또한 구매하기전까지 그랬다. 편견 상 잉크를 펜 뚜껑을 열어 담는 다거나 필사 시 종이가 찢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많이 되었다. 이는 고위층들의 상징이기도 했고, 몽블랑의 이미지와 중첩되면서 소위 학생들이나 직장인들과는 거리가 있어보였다. 막상 구매를 위해 이것저것 정보를 찾다보니 만년필은 가성비와 빠른 필기를 위해 고시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펜(펠리칸 m200) 이기도 했고 심지어 고등학생들도 깔끔한 노트정리와 시험공부를 위해 사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반에서 1등을 했다며 자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년필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중국과 일본은 이른 나이에 만년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대략 13세 이후 부터 만년필을 잡기 시작하는데, 필체교정과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적어갈 수 있도록 록 하기 위함이란다. 우리는 볼펜을 사용하면 마구잡이로 적어내려간다. 15세기 인디언들은 말을 타면 매번 뒤를 쳐다보았다고 한다. 자신의 빠른 속도에 영혼이 뒤 따라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년필을 사용하면 자신의 생각의 길이와 속도 맞추어  또박 또박 적어내려갈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마치 종이위를 산보하는 것 처럼.


기회와 비용이 된다면,  펠리칸 M200 도 사보려고 한다. 욕심 같아서는 몽블랑 P146을 사고 싶지만 왠지 이른 나이에 에쿠스를 타는 것 마냥 시기상조일 듯 하다. 만년필로 아침 저녁으로 일기를 쓴다는 블로거나 소설의습작을 위해 만년필만을 고집한다는 작가 신경숙님의 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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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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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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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8.09 22:31 신고

    저두 만년필을 참 좋아합니다~ ㅎㅎ
    비싼거 살 여유는 없어서 입문용 라미 하나하고 워터맨 제품(입문용) 하나 있습니다...~
    만년필로 글씨 쓸때 느낌이 참 좋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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